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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 제2의 노태강을 꿈꾸며

우리가 보는 세상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입력 : 2017.07.12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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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 제2의 노태강을 꿈꾸며
공무원의 원칙을 얘기할 때, 가장 많이 애용하는 에피소드가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이다. 처칠이 교통신호를 위반한 뒤 ‘총리’임을 밝혔음에도 교통 경찰관이 아랑곳하지 않고 딱지를 뗐다. 처칠은 나중에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공정한 공무의 대가로 ‘1계급 특진’을 명령했다. 하지만 청장은 “영국에는 제대로 된 법 집행을 하고 승진시켜준 예가 없다”며 거절했다.

하급 관리의 대응에 마음이 상할 법한 처칠의 넓은 아량도 대단하지만, 원칙 앞에 장사(壯士) 없다는 일반 공무원의 태도도 빛이 나는 일화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체부 노태강(현재 제2차관) 전 국장의 ‘정유라 승마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화를 상기하면, 다시 봐도 부끄럽기 짝이 없다. 대통령은 권력으로 짓누르고, 공무원은 옷을 벗었다.

일련의 권력적 행동은 각종 매체를 타고 보편적 속성을 띠기 마련이다. 노 전 국장은 “나쁜 사람”으로 기억될 뿐이었다. 대항할 수 없기에 알아도 모른 척 넘겨야 했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슬며시 배인 악의 흔적은 잊히는 데만 꽤 오랜 시간이 걸려야 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임명되면서 선으로 포장된 악의 흔적들이 ‘잊히는’ 과정을 겪고 있다. 최근 문체부가 잇따라 낸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식의 2건의 보도자료를 보면, 코웃음이 절로 난다.

대표적인 자료가 ‘문화가 있는 날’의 대폭 개편이다. 시행 2년 차, 본지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이 정책에 대해 ‘생색내기용 정책’, ‘콘텐츠보다 홍보에 주력’ 같은 비판 기사를 냈지만, 당시 문체부는 귀를 열지 않았다. 되레 공무원이 솔선수범한다며 조삼모사식 출퇴근으로 사생활을 강제하는가 하면, 무리한 기업 참여 요구로 업계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당시 문체부는 실효성 떨어지는 구체적 결과를 보고도 각종 설문조사를 통해 ‘국민의 절반 이상이 이 정책을 안다’는 식의 홍보에만 열을 올렸다. 급기야 담당 고위 공무원은 이 제도를 칭찬하는 책까지 내며 옹호했다.

새 보도자료에는 참여비율 38.1%의 저조한 참여, 전시행정에 대한 지적 등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내용이 첨가됐다. 시행 4년 만에 정부의 일방적인 운영 방식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지난해 7월 7년 만에 새 국가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탄생했다고 홍보에 전력할 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국회의원과 일부 디자인 전문가들이 프랑스 국가 로고와 같다며 ‘표절 시비’를 제기했지만, 문체부 공무원들은 “이미 다 확인하고 쓴 것”이라며 강하게 밀어붙였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이 사업 역시 1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았다. 문체부 관계자는 “국민적 공감과 신뢰를 얻지 못해 국가이미지 제고라는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며 폐지 배경을 밝혔다. 역시 정부의 일방적 전시행정이라는 사실을 자인한 셈이다.

똑같은 사안을 바라보는 행정 관료들의 시각이 정부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행태는 ‘새마을운동’ 시절의 폐습일 뿐이다. 원칙과 융통성은 늘 충돌한다. 이 과정에서 소수의 의미 있는 비판을 합리적으로 수용하거나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소신에서 정책은 감동의 향기를 머금는다. 우리가 제2의 노태강을 기대하는 이유다.

김고금평
김고금평 danny@mt.co.kr twitter facebook

사는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대로 사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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