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소시엄 강남 재건축, 조합은 '노' 건설사는 '예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2주구 재건축 아파트 전경/사진=머니투데이 DB

서울 강남 지역 재건축 조합과 건설사들의 기싸움이 한창이다. 수익성을 높이려는 조합이 시공사 선정 조건에 ‘공동도급 불허’ 방침을 내걸고 건설사 경쟁을 유도하고 있어서다.

31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소재 재건축조합들은 시공사 선정 입찰 조건에 건설사들의 공동도급(컨소시엄)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 7월 28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한 서초동 신동아아파트는 건설사 컨소시엄 입찰을 불허했고, 같은 날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낸 잠원동 한신4지구 재건축조합도 단독 입찰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서초동 1333번지 일대의 신동아아파트는 강남역 일대에서 추진되는 재건축사업이란 상징성을 지녔고, 단지 옆에 경부고속도로가 있어 홍보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다. 지하 3층~지상 35층, 14개 동, 1340가구의 단지를 새로 건설할 계획이고. 공사예정금액은 약 3200억원이다.

순수 공사비만 약 9400억원에 달하는 잠원동 한신4지구는 다음달 4일 현장설명회를 갖고 오는 9월 18일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잠원동 60의 3 일대 공동주택 7곳이 모여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곳으로 기존 2898가구를 헐고 지하 3층~지상 35층 31개동 총 3685가구로 지을 계획이다.


열흘 전 현장설명회를 개최한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역시 오는 9월 4일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컨소시엄을 금지할 방침이다.

반포주공1단지는 올해 강남권에서 추진되는 재건축 단지 중 규모가 가장 크고, 입지도 뛰어난 곳으로 평가된다. 공사비만 약 2조6400억원에 달하고, 지역 일대는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5388세대 아파트와 근린생활로 탈바꿈될 예정이다.

재건축 조합들이 컨소시엄 입찰을 불허하는 것은 건설사 간 경쟁을 유도해 건축비 인하, 금융비용 혜택 등으로 사업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수익뿐 아니라 인지도 상승까지 얻을 수 있는 강남지역 재건축 사업 수주에 나서는 건설사들이 경쟁사보다 더 좋은 조건을 조합에 제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조합들의 컨소시엄 입찰 금지 방침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과잉경쟁으로 수익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통상 1000가구 이상을 재건축하는 경우에 2개 이상 건설사가 참여하면 일반분양 등의 사업 리스크는 분산하고, 공사기간도 단축할 수 있어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

부동산시장이 냉각되지 않는 한 서울 및 강남 지역에선 건설사들이 조합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다른 지역 보다 리스크가 적고, 재건축·재개발 외엔 신규 아파트 공급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 지역 신규 아파트 공급은 정비사업 지역에 한정돼 있고, 입지가 우수한 강남은 수익과 인지도를 함께 얻을 수 있는 곳"이라며 "강남 지역 재건축 조합이 제시한 조건에 건설사들이 맞출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