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이 관가에 내린 미션…휴식·육아를 보장하라

취임 후 첫 휴가를 보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경남 양산시 매곡동 사전 인근 통방사를 찾아 상묵 주지스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통방사 제공) 2017.5.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공직자들의 야간·휴일 근무를 줄이고 연차를 보장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일터에 몰린 공직자의 '시간'을 육아·휴식에 나눠 쓰게 할 방침이다. 올해 초 30대 중반 보건복지부 사무관의 과로사 같은 비극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1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인사혁신처, 행정안전부를 비롯해 전 부처가 참여하는 '근무혁신 TF(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근무혁신 TF는 일·가정 양립을 목표로 이달 말까지 각 부처의 실태를 조사한 뒤 업무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먼저 야간·휴일 근무 등 공직자의 초과 근무를 단축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된다. 상사 눈치에 사용을 머뭇거리는 연차 휴가를 소진하게 할 계획이다. 휴식과 육아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공무원이 일터에서 보내는 시간은 줄이는 대신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공직자가 초과 근무할 수 총량을 정해 한도를 넘을 경우 인사·복무 관리에 활용하는 '자기주도 근무시간제'를 정착시키는 방안이 논의된다.


근무혁신 TF 구성에는 청와대의 의지가 반영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휴식있는 삶'을 강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공직사회를 대상으로 △초과 근무 획기적 단축 △연차 휴가 100% 사용 등을 임기 내에 달성하기 위한 연도별 실천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초과 근무 단축 및 연차 휴가 촉진으로 아낀 재원은 인력 증원에 활용하겠다고 했다. 정부부터 일하는 문화를 바꿔 민간 변화도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내부 직원들의 연차가 많이 남아 있으면 연말 성과평가에 불리하게 반영할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올해 보장된 연차를 모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연차는 통상 21일이지만 문 대통령의 경우 올해 14일을 사용할 수 있다. 올해 5월부터 업무를 시작해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시간은 세계에서 가장 길면서 노동효율성은 뒤처진다. 2016년 기준 한국 노동시간(2113시간)은 34개 OECD 회원국 가운데 2위다. OECD 평균(1766시간)보다 약 29일(347시간)을 더 일하는 셈이다. 2015년 기준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4개국 가운데 28위로 집계됐다.

근무혁신 작업에 인사혁신처 뿐 아니라 전 부처가 동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3월 △퇴근 후 전화·문자 자제 △퇴근 후 최소 9시간 휴식 보장하는 유연근무제 확산 등이 담긴 '2017년 근무혁신 지침'을 내놨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성격이라 각 부처가 엄격하게 실시하진 않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