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자회사도 감시"…정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추진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박상기 법무부 장관 /사진=뉴스1

법무부가 올해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25일 오후 2시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2018년도 정부업무보고를 했다. 이 자리에는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이철성 경찰청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김판석 인사혁신처장, 김외숙 법제처장과 일반 국민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정착'이라는 주제로 이뤄진 이날 업무보고에서 법무부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모회사 주주들이 자회사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도입될 경우 상장기업의 비상장 자회사들에 대한 실질적 경영 감시가 가능해진다. 일본의 경우 모회사 주주가 지분 100% 자회사의 경영진을 상대로 다중대표소송을 허용하고 있다.

전자투표제 등에 대한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자신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뜻한다. 2010년부터 시행됐지만 이사회에서 채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와 관련, 법무부 관계자는 "이미 의원입법으로 해당 내용들을 담은 상법 개정안들이 여러 건 국회에 계류돼 있다"며 "법무부는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소수주주권리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의원입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또 경제적 약자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상가와 주택임차인들의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소비자들의 피해 구제를 위해 집단소송제도도 도입한다. 약속어음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채권추심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중소기업과 서민들을 보호할 계획이다.

여성·아동·청소년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원도 강화된다. 법무부는 아동학대와 성폭력, 가정폭력을 엄정히 처벌하고 불법촬영, 스토킹 범죄에 댛나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청소년범죄 예방을 위해 민간이 참여하는 '명예보호관찰제'를 확대하고 민영 소년원 설립도 함께 추진한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소년법 개정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또 부패 방지와 민생침해 범죄를 엄단하기 위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적폐 청산 수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보조금 범죄와 채용비리, 일감몰아주기 등의 범죄를 엄단할 방침이다. 가상통화 관련 범죄나 보이스피싱 등 민생침해 범죄를 철저히 수사하고 범죄수익 추적에도 힘써 철저히 환수할 계획이다.

이 밖에 권익위는 종합적 반부패·청렴정책 추진을 통한 국가청렴도 향상에 목적을 두고 범국가 차원의 '부패방지 5개년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채용특혜, 경제적 약자 대상 범죄 등을 철저히 단속해 생활주변 적폐 청산을 이뤄낸다는 계획이다. 또 국민을 위한 경찰 개혁도 추진한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를 제재하고 대·중소기업간 공정한 거래기반 조성을 위해 힘쓸 생각이다. 여성가족부는 성평등 문화 확산 등을 위해 부처간 협력을 강화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명예회복 및 기념사업을 추진한다. 인사혁신처는 공직윤리 강화를 통한 신뢰받는 공직사회 구현을, 법제처는 공정한 사회구현을 위한 차별법령 정비 등을 기치로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