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대주주 양도세 강화, 결국 보류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기획재정부 세종청사/사진=뉴스1

올해 7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외국인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대상 확대가 보류됐다. 정부는 세금을 걷기 위한 과세 기반이 아직 덜 마련됐다고 판단, 올해 8월 발표하는 세법개정안 작업 과정에서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6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17년도 세법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지난달 8일 입법예고한 세법시행령 개정안 중 일부 내용을 수정했다. 법제처 심사, 입법예고 기간 동안 나온 이해관계자 및 관계부처 의견을 수렴했다. 세법시행령 개정안은 지난해 말 국회에서 개정된 세법을 구체화한 내용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8월 세법개정안 발표 당시 비거주자·외국법인이 상장주식을 팔 때 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범위를 지분율 25% 이상에서 5% 이상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시행시기는 올해 1월로 정했다. 대주주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소득세·법인세법 시행령 개정사항이라 국회 논의는 거치지 않았다.

그러자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정부 방침에 반발했다. 외국인 대주주 과세 대상, 과세 금액을 특정 짓기 어렵고 한국 투자가 줄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증권거래시스템으로 세금을 내야 할 외국인 대주주, 세금 산출 근거가 되는 양도 차익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특히 주식 거래일 이후 2일 내에 결제를 마쳐야 하는 ‘T+2 조항'이 걸림돌이라고 주장했다. 양도세는 결제일 이전에 원천징수되는 세액이다. 과세 대상 및 금액이 파악되더라도 주식을 판 날로부터 2일 동안 원천징수하는 건 무리라는 논리다.

기재부는 이런 의견을 반영해 지난달 세법시행령 개정안에서 과세 시행시기를 올해 7월로 6개월 미뤘다. 하지만 미국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가 지난달 21일 "(외국인 대주주 양도세 강화는) '셀 코리아'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등 논란이 더 확산되면서 기재부는 과세 자체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심지어 싱가포르에서 직접 투자사 대표가 와서 의견을 들었다"며 "외국인 대주주 양도세 확대를 유예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원천징수제도 등 과세 인프라 확충이 선행될 필요가 있어 올해 세법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