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삼성바이오로직스, 17일 감리위서 운명 가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분식회계 결론 사실이 알려지며 8조원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 한때 시가총액 5위였던 종목이 10위권을 겨우 수성했다.

주가 급락과 공매도 증가 등 시장 충격이 커진만큼 당국의 제재 절차도 속도를 내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징계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쟁점과 그에 대한 판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총 8조 증발, 17일 감리위 개최=7일 증권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7일 임시 감리위원회를 열고 금감원이 보고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특별감리 결과를 논의한다.

당초 5월 중 예정된 정례 감리위원회는 10일과 31일이지만 10일 감리위원회 안건으로 올리는 것은 무리이고 31일 처리할 경우 시장혼란이 길어진다는 판단 아래 임시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오는 23일, 늦어도 다음달 7일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감리위원회 논의 결과를 다루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당국이 조치를 서두를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파문으로 인한 시장 충격은 큰 상태다.

우선 금감원의 제재 사전 통보가 이뤄지기 전인 지난달 30일 48만8000원에 장을 마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지난 4일 35만9500원까지 26.3% 하락했다. 평소 20만여주였던 거래량은 200만주안팎으로 증가했고, 시가총액은 33조원대에서 25조원대로 8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금감원의 판단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회부, 장기간 거래정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충격이 나타난 셈이다. 주가 폭락으로 손해를 본 일부 소액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검토 중이다.

이 때문에 시장의 관심은 오는 17일 열리는 임시 감리위원회에 쏠릴 전망이다. 금감원은 6일 증선위원장인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에게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감리 내용을 보고했고, 금융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외부감사인의 반론을 접수한 뒤 감리위원회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감리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적절했는지 여부와 분식회계 결론 시 배경과 경위 등을 심사한다.

◇후계승계 유리 vs '고무줄' 평가기준=관건은 2015년 회계연도 당시 미국 바이오젠과의 합작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사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향후 상장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대비해 지분 91.2%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전환했다고 보고 있다.

취득가격에서 시장가격으로 지분 평가 기준이 바뀌면서 순이익이 증가했고 향후 코스피 상장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비율에서 이득을 봤다는 논리다. 특히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닌 제일모직 지분 가치를 부풀려 후계승계를 유리하게 했다는 지적이 정치권과 시민단체로부터 제기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합작사인 바이오젠이 2015년7월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50%-1주를 살 수 있는 콜옵션 권리행사 의사를 전달받은 뒤 회계기준을 변경했다는 입장이다. 과거 행사 가능성이 낮은 상태에선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고려할 필요가 없었지만 콜옵션 행사 의사를 밝힌 만큼 이를 반영해 회계처리에 반영했다는 논리다.

국제회계기준상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되면 관계회사로 전환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변경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지와 그에 따른 외부감사인 의견 등이 고의적 분식회계 여부를 가를 주요 판단 근거가 될 전망이다.

회계변경으로 2조원 가까운 평가이익이 발생한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성이 인정되면 중징계가 불가피하다. 동시에 대규모 재무제표 변경에 따른 상장적격성실질심사와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생겼다.

5조원대 분식회계 이후 1년 넘게 상장적격성실질심사를 받은 대우조선해양 사례를 감안하면 장기간 거래정지와 그에 따른 투자자 피해가 예상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대한 판단을 달리했다는 논란도 있다. 진웅섭 전 금감원장은 지난해 2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특별감리 직전 "여러 외부기관의 평가 결과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금감원은 그해 3월 특별감리에 착수, 1년여 만에 분식회계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비상장사의 회계감리는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위임했다"며 "당시 입장은 금감원 감리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융당국 안팎에선 금감원 수장이 수차례 바뀌는 과정에서 평가기준이 변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