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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프리즘]붉은깃발과 보편요금제

성연광의 디지털프리즘 머니투데이 성연광 정보미디어과학부장 |입력 : 2018.09.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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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경기 성남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데이터 경제활성화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2018.08.31.   photo1006@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성남=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경기 성남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데이터 경제활성화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2018.08.31. photo1006@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규제 개혁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제시하는 단골 정책과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그랬다. ‘전봇대’와 ‘천송이 코트’로 상징되는 규제 철폐를 간판 정책으로 내놨다. 공인인증서 폐지 정책 외엔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판교 스타트업캠퍼스를 찾았다. “데이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비식별 정보 활용 근거를 마련해 개인정보보호 법규로 옴짝달싹 못했던 데이터 산업 숨통을 틔워보겠다는 구상이다. 의료기기 인허가 규제·은산 분리 기준(인터넷은행 활성화)에 이은 대통령의 세번째 규제 혁신 현장 행보다.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 곳곳의 낡은 규제를 자국 자동차 산업 발전을 막았던 영국 ‘붉은 깃발법’에 비유하며 규제 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인식처럼 시대착오적 규제들이 이곳저곳에서 혁신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세계적인 IT 인프라와 사용률에도 불구하고 규제 장벽 탓에 선점 기회를 잃은 분야가 어디 빅데이터 ·핀테크 뿐이겠나. 해외에 나가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우버 엑스’(승차공유)나 ‘에어비앤비’(숙박공유) 같은 서비스조차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때 ‘한국판 우버’로 불렸던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는 규제 파고를 이기지 못해 상당수 직원들을 내보내야 했다. 다른 승차 공유 서비스들의 처지도 대동소이하다. 오죽했으면 스타트업 업계가 공동 성명서를 통해 우린 범법자가 아니라고 호소했을까.

규제 하나 뜯어고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게 규제의 속성이다. 규제가 곧 권력이다. 정부가 사업 면허를 주는 인허가 규제가 대표적이다. 공공의 이익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사실 이만한 시장 통제 수단도 없다. 사업 허가권을 틀어쥔 이상 사업자들이 알아서 줄을 선다. 입법부든 행정부든 규제 철폐보단 규제 신설에 익숙한 이유다. 한번 맛 들이면 포기하기 어려운 게 권력인데, 이 권력이 규제로부터 나온다.

규제는 또 암묵적 시장 질서를 만든다. 따기 어려운 사업 면허일수록 이윤이 안정적이다. 경쟁자들이 쉽게 들어올 수 없어서다. 누군가에겐 장벽이지만 누군가에겐 밥그릇을 지켜주는 울타리다. 울타리는 기득권이 된다. 한번 울타리에 진입한 이들은 문턱을 더 높이고 싶어한다. 규제의 또 다른 속성이다. 넷플릭스가 최근 국내 미디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자 방송업계가 “(그들 수준으로)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 대신 “울타리를 더 높여달라”고 목청을 높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권력을, 규제 울타리 속 멤버들은 기득권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규제가 한번 만들어지면 이를 허물거나 낮추기 어려운 진짜 이유다. 때문에 반드시 필요가 경우가 아니라면 새로운 규제를 만들지 않는 게 상책이다.
[디지털프리즘]붉은깃발과 보편요금제

그런 점에서 이동통신 보편요금제를 도입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아쉽다. 정부가 이동통신 요금상품을 설계해 민간 사업자들이 출시하도록 의무화하자는 것이 보편 요금제 골자다. 당초 정부가 구상했던 보편요금제 기준보다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저가 요금제가 출시됐는데도 정부가 고집을 꺾지 않는 건 행정부 권한 확대에 목적을 뒀기 때문 아닐까. 사업 인가권을 넘어 이제 요금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무소불위’ 법적 권한까지 정부 수중에 넣겠다는 얘기다.

최저 요금제를 국가가 정한다면 경쟁 활성화 차원에서 조성된 알뜰폰 산업(MVNO)은 그 존속 이유를 잃게 된다. 요금·서비스 혁신 경쟁을 촉발할 신규 이통사(제4이통) 출현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통신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춰 자발적인 요금·서비스 혁신 경쟁과 신사업이 촉발되도록 돕는 게 규제 혁신 정부에 걸맞는 역할이다. 붉은 깃발을 뿌리 뽑겠다며 또 하나의 붉은 깃발을 꽂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성연광
성연광 saint@mt.co.kr

'속도'보다는 '방향성'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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