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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인간의 전쟁 절제 능력

MT시평 머니투데이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입력 : 2018.10.04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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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인간의 전쟁 절제 능력
남북한 간에 존재하던 첨예한 긴장과 대치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극적으로 완화되었다. 더군다나 북한의 핵폐기와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협상과 타협도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구체적 현안에 대한 평가에는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이와 같은 큰 기조의 변화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가져온 성과라는 점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짧은 시간에 다양한 사안에 대해 남북한이 맺은 협약을 보면 그 공적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한반도에서 전쟁이라는 위험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고려하면 남북한 간 긴장완화와 교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은 인간이 경험하는 가장 치열한 사건 중 하나다. 전쟁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해서 승자와 패자를 가장 명확히 구분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일단 전쟁이 발발하면 우리는 쉽게 타협하거나 양보할 수 없다. 전쟁은 우리가 생존과 관련해서 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경험이다.
 
전쟁은 꼭 인간만이 하는 행위는 아니다. 인간 이외 동물들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유인원에 속하는 침팬지도 전쟁을 한다. 상대 집단과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그들도 보초를 서고 매복을 하며 우두머리 침팬지의 지시에 따라 작전을 수행한다. 그들의 전쟁이 인간의 전쟁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에서 전쟁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 인간이 벌이는 어떤 전쟁은 매우 무자비해서 인간의 삶을 비인간화한다. 우리가 인간의 전쟁을 문제시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다.
 
공격성을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같은 종 내 구성원들끼리 잔인하게 싸우는 것도 인간만이 하는 행위는 아니다. 심지어 어떤 종은 같은 종족을 자신의 먹이로 삼기도 한다. 킹코브라가 자주 잡아먹는 것은 다름 아닌 같은 종족의 뱀이고 황소개구리도 다른 개구리를 자신의 먹이로 잡아먹는다. 그렇다고 해서 대부분 맹수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같은 종족을 죽을 때까지 잔인하게 공격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공격성이 강한 동물들은 그와 비례해서 그 공격성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도 진화적으로 함께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떠한가. 인간은 적어도 신체적인 측면에서 강한 힘을 가진 종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맹수처럼 엄청난 공격력을 갖고 있지 못하고 그에 비례해서 자신의 공격력을 조절할 수 있는 강한 절제력을 발달시킬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인간은 높은 지적 능력 덕분에 다양한 도구를 개발해 상대방을 공격할 힘을 엄청나게 키워왔다. 특히 오늘날 대량살상무기는 인간의 공격력을 기하급수적으로 증대시켰다. 문제는 공격력 증가와 비례해서 그것을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이 맹수와 달리 인간에게는 함께 발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것이 인간을 위험한 존재로 만드는 요인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인간은 무분별하게 공격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는 그러한 공격적인 행동을 저지하고 억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상대방이 공격할 수 있는 도구를 가졌을 때 더욱 경계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남북 간 긴장과 갈등을 완화해서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해야 하는 이유는 파괴적이고 비인간적인 인간의 공격적인 행동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작게는 우리의 삶을 보장하는 길이고 크게는 인류의 공동체적 삶에 기여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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