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침몰하는 주식시장 대책을 세워주세요"

머니투데이

남궁민 기자

코스피가 2000선 아래로 추락 마감하면서 대책을 촉구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스피가 29일 1996.05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2000선 아래로 밀린 건 2016년 12월7일 이후 22개월여 만이다. 장중 한때 1995.72까지 밀려 5거래일 연속 연저점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이달 들어서만 각각 14.81%, 23.42% 폭락했다.

투자자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 온 '문재인 대통령님, 주식시장이 침몰하는데 대책을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게시 3일 만인 29일 오후 3시 현재 2만3794명의 동의를 얻었다.

게시자는 "자본시장이 침몰하는데 어느 한 명 나서서 침몰하는 배를 구하려는 사람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5년 8월 증시가 급락하자 기획재정부는 휴일에도 경제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고 경제정책국·국제금융국 등 관련 부서는 휴일을 반납한 채 시장 상황을 보고했다"라며 당시의 발빠른 대응과 현 정부의 모습을 비교했다.

이어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가 증시 활성화에 나선 사례를 언급한 뒤 "당장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공매도 한시 금지, 친기업 정책, 주식 활성화 대책 등을 세워 달라"라고 요구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연이은 급락에 '패닉'에 빠진 일부 투자자들은 공매도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29일 현재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매도 관련 글은 2213건에 달한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매매한 뒤 약속된 시일에 다시 갚은 제도로, 일반적으로 주가 하락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공매도와 주가 하락의 연관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하지만 기관이 주도하는 공매도를 주가하락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개인투자자의 목소리는 거센 상황이다.

투자 카페는 대응 방법을 묻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손실폭이 커지면서 주식을 정리할지, 저점 매수의 기회로 삼을지를 고민하는 내용이다. 한 누리꾼은 투자자 커뮤니티에 "손실이 20% 이상으로 커지면 버티기 힘들다"며 "이미 손실이 너무 커 쉽게 손절하기도 힘들어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

일부 투자자는 이날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 안정화를 위해 5000억원 가량의 증시안정자금 운용계획을 내놓은 데 대해 "시총(시가총액)이 200조원이 넘게 날아갔는데 장난하는건가"라며 "투자자들 약올리는 것 같다"고 일갈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용범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주식시장 하락과 외국인 증권자금 유출 등 상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김 부위원장은 약 5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성, 불법 공매도 근절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