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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미래세대는 '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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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기택 경제부장
  • 2018.12.2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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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고갈을 막자는 목적으로 한 개편안에 정작 국민연금 고갈을 막는 방안은 없었다.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 개편안은 ‘노후소득 보장’이란 명분 아래 보험료 폭탄을 미래세대에게 떠안긴 것일 뿐이다.

정부의 개편안은 크게 보면 현재 9%인 보험료율 등을 그대로 두자는 안, 그대로 두고 기초연금만큼 더 주겠다는 안, 지금보다 보험료를 3~4% 더 내되 연금을 조금 더 주겠다는 안 등으로 나뉜다. 그대로 두거나 그대로 두고 기초연금만 더 주자는 안은 2057년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의 고갈을 늦추자는 개편 취지에서 벗어난다. 3~4%를 올리는 안 역시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각각 2063년과 2062년이다.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이란 근본 목적은 저버렸다.

4가지 안 모두 국민연금이 바닥난 뒤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말처럼 ‘정치적 저항과 반발’이 두려워 ‘장기적 그림’을 숨겼다. 저성장에다 인구가 줄면서 낸 돈의 1.8배를 돌려받는 국민연금은 먼저 가입한 사람들이 나중에 가입한 사람들의 돈으로 연금을 받는 폰지게임이 됐다. 이 게임의 희생자는 곧 우리의 자식과 손자들이다.

이런 까닭에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연금을 덜 주고 보험료를 10년 안에 13.5%로 올리라고 권고했다. 국민연금을 처음 받는 연령도 65세에서 67세로 늦추자고 했다. 예고된 문제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 여러 세대가 짐을 같이 지자는 뜻이었다. 그러나 박 장관이 “5년마다 1%포인트씩 올리면 정치권이 책임을 분담할 수 있다”고 말한 데서 드러나듯 정부안의 본질은 ‘정치적 책임을 나눠 지자’는 것이다.

노후소득 보장을 더 하려다 국민연금이 소진되면 그때부터 미래세대는 연간 소득의 30% 이상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 물론 세금,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등은 별도다.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이 “뒷방에 황금을 쌓아놓고 앞방에서 굶어 죽을 수 없다”고 했지만 그 황금은 공짜가 아니며 그 비용은 현세대가 안 내면 자식과 손자세대가 지불해야 한다.

아직 어린 세대와 태어나지 않은 세대는 조직화할 수 없고 2020년 총선이나 2022년 대선에 투표할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이들이야말로 가장 사회적 약자다. 이들이 조직화한 세력이거나 투표권이 있었다면 이런 개편안은 없었을 것이다.

비극은 이들이 인구수가 적어 세대이기주의적이고 정치공학적인 정부안을 자기 세대에게 유리하도록 뒤집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이들의 좌절과 분노는 ‘극단적인 노인혐오’로 나타날 것이고 세대간 갈등은 격렬해질 것이다.

국민연금의 국가지급보장을 명문화하겠다는 내용도 개편안에 들어갔는데 직접적으로 보험료를 올리는 정치적 리스크를 피해 재정으로 돌려막겠다는 의도다. ‘재정=세금’이므로 이는 곧 세금을 더 거두겠다는 것이고, 국민연금 가입자와 납세자가 대부분 겹치니 보험료를 더 내거나 세금을 더 내야 ‘지급보장’이 되므로 결국 조삼모사다.

[광화문]미래세대는 '봉'이 아니다
정직하고 책임감 있는 정부라면 후세대가 내야 할 국민연금 보험료를 제시하면서 앞으로 일어날 파국을 미리 막기 위해 더 내고 덜 받자고 설득해야 했다. 설령 표를 잃어도 그게 정부의 책무다. 정부안처럼 ‘노후소득 보장’을 미끼로 쓰면 한 세대의 타락은 다음 세대를 나락으로 내모는 결과를 낳는다. 그

러므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사회적 합의와 국회 개정 과정에서 ‘장기적 그림’을 바탕으로 세대간 부담을 나누는 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부모는 아이 밥부터 먹이고 내 밥을 챙긴다. 미래세대의 몫을 당겨 쓰는 부끄러운 세대가 되면 안 된다.



  • 강기택
    강기택 acekang@mt.co.kr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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