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106.10 693.38 1120.10
▲8.92 ▲2.99 ▼0.6
+0.43% +0.43% -0.05%

[기고] ‘슬픈’ 보험금 청구 사건에 대한 단상

송재성 안심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기고 머니투데이 창조기획팀 |입력 : 2019.01.03 17:30
폰트크기
기사공유
얼마 전 다운증후군 아이를 둔 아버지의 ‘슬픈’ 보험금 청구 소송을 대리해 진행한 바 있다. 필자가 이를 ‘슬픈’ 보험금 청구 사건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의뢰인인 아이의 아버지가 부모 입장에서 자식이 선천적으로 건강에 이상이 있는 상태로 태어난 것만으로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슬픈 상황일진데, 혹시라도 아기가 아플까봐 들어놓은 보험까지 해지되는 상황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송재성 대표변호사/사진제공=안심법률사무소
송재성 대표변호사/사진제공=안심법률사무소
의뢰인의 아내는 임신 당시 40세가 넘은 고령 산모군으로 분류돼 산전검사 과정에서 다운증후군 고위험군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이후 태아보험을 가입하는 과정에서 산모 혹은 태아에 대한 각종 질문을 체크하면서 ‘태아의 이상 가능성을 발견하였거나 진단을 받은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 무심코 ‘아니오’ 란에 체크를 했고, 보험설계사의 추가 요청에 따라 산전검사 결과지와 진단서를 추가로 제출한 상황이었다.

아이는 다운증후군 증세를 가지고 태어났고, 의뢰인은 아이의 수술과 치료를 위해 지출한 병원비 상당의 돈을 보험사에 청구했다. 아니나 다를까. 보험사는 산모가 보험사에 대해 태아가 다운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원인으로 보험계약 해지통보를 했다. 의뢰인은 단순히 보험금을 받아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아이를 위해서 가입해놓은 보험의 효력을 살리고 싶어 했다.

기록을 검토해보니 비록 태아의 이상 가능성을 발견한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지만 분명 보험사에게 다운증후군 고위험군이라는 결과지를 제출했다면 태아의 이상 가능성을 발견한 사실에 관해 단답형 대답보다 더 구체적인 내용을 알린 것으로 알릴 의무를 모두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으니 승산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보험설계사는 법정에서 산전검사 결과지를 전달받았다는 진술을 번복해 받지 않은 것 같다고 증언했고, 결국 산전검사 결과지가 보험사에 전달되지 않았다는 사실관계가 인정되어 ‘슬픈’ 보험금 청구 사건에서 패소 판결을 선고받았다.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의뢰인에게 연락해 판결 내용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의뢰인은 예상을 깨고 덤덤하게 “변호사님께서 수고가 많으셨습니다”라는 말부터 전해왔다.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의뢰인의 반응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는 것 같이 멍했다. 패소 판결에도 부러지거나 꺾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는 보험금을 받기 위해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한 의뢰인이 아닌 내 자식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싸웠던 아버지였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가정사와 관련한 수많은 사건들을 진행하면서 사건 속에 있는 가족 모두가 제대로 서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러한 가정들이 허물어지는 과정을 지켜보았지만 이러한 아버지가 버티고 있는 가정은 허물어질 일은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

메디슈머 배너 (7/6~)
대한민국법무대상 (12/03~)
블록체인 가상통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