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상속공제 반쪽짜리?…"상속세율 인하 No"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자료사진

정부와 여당은 11일 발표한 가업상속공제 완화 방안에서 중소·중견 기업 매출액 기준을 현행 '3년 평균 3000억 원 미만'으로 유지했다. 과세표준 최대 500억원인 공제 한도도 손을 대지 않았다. 사후관리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완화했지만 공제 대상과 한도확대, 세율인하까지 원했던 재계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에서는 가업상속공제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혜택을 받는 기업이 적다고 주장해 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연간 공제 건수가 40∼50여건에 그쳤다. 최근 3년 동안을 살펴보면 2015년 67건, 2016년 76건, 2017년 91건 등으로 실적이 저조했다.


정부는 개편안을 마련하면서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을 늘리는 것은 애초에 고려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한 사안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가업상속공제가 '부의 대물림'을 쉽게 해주는 제도인 만큼 되려 공제대상이나 한도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에서조차 매출액 기준을 5000억원 또는 7000억원까지 확대하자는 요구가 나왔다. 경제계에서는 공제대상을 1조원까지 늘려 줄 것을 요구하고 있고, 국회에는 이처럼 공제대상·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의 의원 입법안이 다수 발의됐다.

지난해 기준 전체 중견기업은 4014곳이다. 이 중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해당되는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은 3471곳으로 전체의 86.5%다. 나머지 543곳은 가업상속시 공제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매출액 기준을 5000억원 미만으로 올리게 되면 대상기업은 282곳이 늘어난다. 1조원 미만으로 상향하면 172곳이 추가된다.


공제 대상 기업 말고 공제 한도를 늘리는 것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현재는 상속을 해주는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경영했을 경우 상속재산 과세표준 기준으로 200억원, 20년 이상 경영시 300억원, 30년 이상 경영시 500억원까지 상속세를 공제해준다.

1997년 제도 도입 공제 한도는 1억원에 불과했는데, 2008년 30억원, 2009년 100억원, 2012년 300억원, 2014년 500억원으로 늘었다. 경제규모가 커지는 만큼 한도가 늘어난 것이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의 경우 공제한도를 1000억원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별개로 재계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고 수준인 상속·증여세율 인하도 요구하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최근 "OECD 36개국 중 17개국은 직계비속 상속 시 상속세 부담이 없고, 나머지 19개 국가 상속세 최고세율 평균도 26.6%로 한국의 50%에 비해 낮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세율을 건드릴 생각이 없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현재 상속세는 실효세율이 19.5%이고 증여세는 25.6% 수준"이라면서 "명목세율은 높지만 실효세율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세율을 조정한다는 것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