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정보까지 푼다고? 상생협의회 출범앞두고 난감한 배민

서울 마포구 배민라이더스 중부지사/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배달의민족(배민), 전국가맹점주협의회(전가협)와 '배달의민족 상생협의회'를 구성하는 협약을 맺는다. 업계에선 이익공유제 이슈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뤄진 협약이어서 배민을 향한 '팔비틀기'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당과 배민, 전가협은 최근 ‘배민 상생협의회’를 출범하는 데 합의했다. 오는 15일 협약식을 갖는다. 요기요, 쿠팡이츠도 곧 협약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협약에서는 배민이 고객정보를 공유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고객이 정보 제공에 동의하면, 자영업자와 가맹점주들은 주문자의 전화번호와 과거 주문 횟수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들은 자체적인 고객 관리 차원에서 배민에 고객 정보 공개를 요구해왔다. 이밖에도 협약에는 배달앱 사업 수익에대한 내용들도 일부 포함될 전망이다.

그동안 배민은 기업의 핵심정보이자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며 이같은 정보의 공개를 꺼려왔다. 하지만 이번에 영업 기밀인 고객 관련 데이터까지 공개를 요구받았고 고민끝에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이익공유제에 부담을 느낀 배민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잠정 동의했을 것으로 보고있다.

앞서 민주당은 배민을 포함해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플랫폼 기업을 이익공유제 우선 적용 대상으로 꼽아왔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 등 서비스를 연계해주는 플랫폼 기업들은 반발해왔다. 코로나19 여파로 이용량이 늘어나 매출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익이 이에 비례해 증가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배민의 경우 2019년에 이어 지난해도 적자가 확실시된다. 그럼에도 지난해 수수료 체계 변경시도로 십자포화를 맞은 뒤 약속한 상생협의회여서 뭔가 양보해야하는 불가피한 선택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익공유제에 대한 업계 반발에 직면한 가운데 정부 여당에선 배민이 협의체를 통해 소상공인을 돕는다는 식으로 포장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같다"며 "어떤 측면에선 이 또한 이익 공유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지만 기업에서 비즈니스모델의 핵심정보를 노출하는 것이어서 고민스러운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달가량 임기를 남긴 시점에 이를 눈에 띄는 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란 관측도 있다.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앞두고 자영업 소상공인들에대한 지지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적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