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박원순 그립다" 조국 '공감'…정의당 "2차 가해, 몹쓸 사람"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국 전 법무부장관. 2018.12.31/사진제공=뉴스1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서울 용산공원에 '박원순' 이름을 새기자는 글을 남겼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친문 성향 586세대(현재 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인사들이 이 글에 줄줄이 공감을 표했다.

이에 '2차 가해'라는 야권은 물론 진보진영에서조차 비판이 터져 나왔다. 여권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반성을 한 게 맞나"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임종석 "박원순 숨결 매장하면 안 돼"임종석 전 실장은 23일 페이스북에 "박원순이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 청렴이 여전히 중요한 공직자의 윤리라면 박원순은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였다"라며 "딱딱한 행정에 사람의 온기와 숨결을 채우려 무던히 애쓰던 그의 열정까지 매장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글을 썼다.


이어 "이제 드디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뉴욕의 센트럴파크 부럽지 않을 용산 공원의 숲 속 어느 의자엔가는 매순간 사람의 가치를 높이고자 치열했던 박원순의 이름 석자를 소박하게나마 새겨 넣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임 전 실장은 △유난히 많아진 어린이 보호구역 △주행보다 보행을 강조한 도로들 △참여와 자치의 공간으로 변모한 주민센터와 마을 공동체 등을 박 전 시장의 업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서울을 문화와 역사가 살아있는 국제관광도시로, 세계 최고의 마이스 산업 도시로 만들겠다며 동분서주하고 서울시 행정을 전파하려 세계 곳곳을 누비며 글로벌 리더들과 열띠게 토론하던 그의 모습도 그립다"고 썼다.
응답했다 586…조국도 '공감'

11일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 2020.7.11/사진제공=뉴스1

이 글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65년생), 하승창 전 청와대 사회혁신수석(61년생), 조한기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66년생), 문대림 전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65년생) 등이 '좋아요' 혹은 '슬퍼요' 이모티콘을 눌렀다. 문재인 정부에서 활약했던 586세대 정치인들이 박 전 시장의 '숨결'을 강조한 임 전 실장의 글에 공감을 표한 것이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또 다른 진실'이 있다는 책을 쓴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는 임 전 실장의 이 글을 공유하며 "박원순의 이러저러한 흠결을 차치하고, 한 사람의 일생 전체를 위선이었다고 낙인찍는 게 과연 온당한가"라고 글을 남겼다. 손 기자도 1990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586세대에 가까운 인사다.

역시 586세대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당내 서울시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비슷한 메시지를 남긴 바 있다. 우 의원은 "박 전 시장은 제게 혁신의 롤모델이었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논하던 동지였다"며 "박 전 시장의 정책을 계승하고 그의 꿈을 발전시키는 일, 제가 앞장서겠다.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서울시 정책을 펼쳐가겠다"고 밝혔다.
"몹쓸 일 있었다…586 낭만, 현실을 망각말라"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가 기자회견에서 "전임 시장의 업적에 대해 박수치는 사람들의 행동에 무력감을 느낀다"고 했음에도 친문 586 인사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친문 지지자들마저 법원과 국가인권위에서 확인한 성추행에 대해 "증거를 대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이런 상황을 꼬집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고인의 업적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다는 게 아니라, ‘몹쓸 일’이 있었고, 아직 고통을 겪는 피해자가 있다"고 적었다. 또 "고인에 대한 향기를 선거 전에 추억하는 '낭만'은, 진정한 반성과 사과 없이는 '낭패'가 될 뿐"이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류 의원은 또 "586 정치 선배님들의 낭만을 훼방하는 ‘어린 것’이 감히 고언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위력에 의한 성적 침해를 겪고 숨죽인 채 살아가는 수많은 피해자가 있다"라며 "‘수구 보수세력’과 ‘정치검찰’이라는 절대악과 분연히 싸우는 ‘대의’를 좇다 ‘현실’을 망각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1.1.26/사진제공=뉴스1

"대체 반성은 하기라도 한 것인가"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성폭력에 대한 민주당의 인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어떤 이유로 치러지는지 모르지 않을 텐데, 선거를 목전에 두고 대놓고 2차 가해하는 건 매우 악의적"이라고 논평했다. 아울러 "노골적인 2차 가해를 한 임종석씨는 참으로 몹쓸 사람”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페이스북에 임 전 실장의 글을 거론하며 "우리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성추행을 저지른 또 하나의 얼굴은 추한 것이었고, 더욱이 죽음으로 그 일을 종결시키려 했던 무책임함에 관한 것"이라며 "의롭게 살아왔다는 이유로 어둠의 사건들이 덮여져선 안 될 일"이라고 힘을 줬다.

또 "더구나 지금은 그의 죽음으로 인해 치러지는 보궐선거를 앞둔 시기"라며 "잊을만 하면 자꾸 상처에 소금을 부어댄다. 대체 반성들은 하기라도 한 것인가. 자기 진영 내의 잘못들에 대해 이토록 당당한 사람들은 처음 본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