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소득자만 혜택? 억울한 저축성보험 비과세

연금을 포함한 저축성보험 가입자 10명 중 9명은 월 50만원 이하의 금액을 적립하는 중·저소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에서 고소득자에게 세제 혜택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저축성보험에 대한 비과세를 폐지하고 연금저축에 대한 세액공제를 축소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가운데 오히려 서민들의 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22일 머니투데이가 국내 생명보험업계의 월 적립식 저축성보험 납입 현황(연금계좌 포함)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기준으로 월 납입액이 50만원 이하인 경우가 850만건으로 전체의 91.5%를 차지했다. 총 납입액도 13조3000억원으로 전체의 66.5%를 나타냈다. 월 납입액이 50만원 초과~100만원 이하인 경우(51만건, 5.5%)를 더하면 연금 등 저축성보험에 월 100만원 이하를 내는 가입자가 전체의 97%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월 납입액 50만원 초과~100만원 이하의 총 납입액은 2조9000억원(14.4%)으로 집계됐다.


반면 월 납입액이 1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건수로는 3%, 총 납입액으로도 19.1%에 그쳤다. 특히 월 500만원이 넘는 금액을 납입하는 경우는 전체의 0.1%에 불과했고 총 납입액도 1조1000억원으로 5.5% 수준이었다. 월 납입액을 고려하면 저축성보험이 중·저소득자의 자산형성과 노후대비에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은 최근 장기 저축성보험의 이자소득 과세 전환과 연금상품에 대한 세액공제 축소 등을 포함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저축성보험은 10년 이상 유지하거나 일시납으로 2억원 이하를 내면 비과세되는데 박 의원은 무조건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금상품에 대한 세액공제도 한도를 현재 연 4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줄였다가 2019년부터는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소득자는 연금 등 저축성보험에 가입할 형편이 되지 않아 세제 혜택을 고소득자만 보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이에대해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저축성보험의 월 납입액으로 소득 규모를 직접 가늠할 수는 없지만 가입자 대부분이 월 50만원 이하를 내고 있다는 것은 중·저소득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연금상품도 근로소득자의 대표적인 절세 방법이자 노후대비책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세액공제 혜택을 폐지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최근 저금리로 은행의 예·적금 매력이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고금리에 10년간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까지 주어지는 저축성보험 가입자가 늘고 있는데 과세로 전환하게 되면 그나마 중산층의 재테크 수단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갈 곳 잃은 돈이 부동산으로 더욱 쏠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저축성보험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싱가포르, 대만, 인도, 태국, 중국 등은 저축성보험에 대해 조건에 관계없이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고 영국과 호주는 한국과 유사하게 10년 이상 유지하는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비과세 혜택을 준다. 연금상품에 대한 세액공제도 국민들의 노후대비를 장려하기 위한 당근책으로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부여하는 것인 만큼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현 상황에서 유지하거나 오히려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