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통합검색
저자 인터뷰 관련기사48

황석영 “감옥의 인생, 5분의 1밖에 못 담아”

[인터뷰] 6.10 항쟁 30주년 맞아 ‘수인’ 낸 소설가 황석영…온몸으로 현대사 받아낸 지식인의 자유 갈망

저자 인터뷰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입력 : 2017.06.08 16:40
폰트크기
기사공유
소설가 황석영. /사진제공=뉴시스
소설가 황석영. /사진제공=뉴시스
작가 황석영(74)의 어제나 오늘은 순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옆을 돌아볼 겨를 없이 매일 무언가 터지고 바뀌는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박정희 5.16 군사 쿠데타가 터졌을 때 19세 고3이었던 그는 박근혜 탄핵 때 75세를 맞이하며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받아냈다. 그는 “이야기를 다 써놓고 보니, 나는 화살처럼 달려온 인생이었다”고 회고했다.

숨을 헐떡이고 달려온 인생에서 그는 매일 ‘경험’하고 ‘기록’해야 했다. 베트남전쟁 참전, 광주민중항쟁, 방북과 망명, 옥살이 등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통해 작가가 얻은 건 시간과 언어에 갇힌 구속이었다.

그 함축적 의미를 담아 그는 자전 ‘수인’(囚人)을 세상에 내놓았다. 8일 출간 간담회에서 작가는 “지난 시절이 감옥에 있는 상황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며 “반어적으로 얘기하면 그만큼 자유에 대한 갈망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3년간 매달린 원고 작업은 6000매에 이르렀지만, 자전 장르에 맞게 자기 합리화나 영웅담 느낌이 담긴 원고 2000매는 아내를 비롯한 날카로운 편집자 2명으로부터 ‘삭제’됐다.

“돌이켜보면 제 인생은 아니러니했어요. 자유를 추구했지만, 속박되기 일쑤였으니까요. 이 책을 내면서 비로소 석방된 것이라는 주위의 해석에도 진짜 자유를 얻은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네요.”

수인은 20여 년의 기록을 ‘감옥 얘기’ 중심으로 끌고 가는데, 작가는 “겪은 일 중 5분의 1쯤 표현했고, 나머지는 시간 속에 가라앉았다”고 했다. 우리 민초들이 살아온 동시대를 증언한 이 기록물을 후대가 계속 이어줘서 역사나 문학 자료로 활용되면 좋겠다는 뜻도 덧붙였다.

소설가 황석영은 8일 6.10 항쟁 30주년에 맞춰 발간하는 자전 '수인' 간담회에서 "지난 시절은 감옥에 갇혀있던 상황과 다르지 않았다"며 "자유를 추구했지만 속박에 놓인 아이러니한 인생이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br />
소설가 황석영은 8일 6.10 항쟁 30주년에 맞춰 발간하는 자전 '수인' 간담회에서 "지난 시절은 감옥에 갇혀있던 상황과 다르지 않았다"며 "자유를 추구했지만 속박에 놓인 아이러니한 인생이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때마침 1987년 6월 10일 항쟁 30주년에 맞춰 나온 수인은 구세력과 타협의 산물로 태어난 형식적 민주주의 체제의 시발점(6.10)이라는 점에서 작가가 추구해온 ‘자유’의 상징적 의미가 스며있다.

노동과 약자, 부와 빈곤의 문제를 다뤄 온 저자는 새 정부 이후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북한에 대해 ‘감동과 절망’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북한을 처음 방문했을 때, 석기 시대 같은 파격적 상황에서 자급자족하는 생활력에 감동 받았지만, 그물망 같은 철저한 통제 속에선 절망을 봤어요. 그래서 서구인이 유리방 속 사물을 보는 편견의 눈으로 북한을 묘사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어요. 획일화돼 있지만, 현대 국가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현실 역시 부정할 수 없으니까요.”

15년 공백을 갖고도 계속 글을 쓸 수 있었던 배경으로 작가는 ‘문학의 힘’을 꼽았다. “문학이라는 목표, 또는 신념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저를 여기까지 끌고 왔어요. 작가로서 저는 작품과 인생을 합치시키는 삶을 살려고 노력했어요. 나의 집 같은 문학은 집을 떠나있을 때도 문학이라는 집을 잊은 적이 없어요.”

질문 하나에도 상세한 묘사를 곁들여 문학적으로 표현해내는 그의 작가적 언어는 이미 속박의 그늘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듯했다.

황석영 “감옥의 인생, 5분의 1밖에 못 담아”

김고금평
김고금평 danny@mt.co.kr twitter facebook

사는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대로 사는 기자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1개의 소셜댓글이 있습니다.

댓글쓰기
트위터 로그인zon4ram  | 2017.06.13 12:26

우주의 원리를 모르면 올바른 가치도 알 수 없으므로 과학이 결여된 철학은 개똥철학과 다름없다. 중력과 전자기력을 하나로 융합한 통일장이론으로 우주의 원리를 명쾌하게 설명하면서 기존의 ...

소셜댓글 전체보기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