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아울렛 부분 개장한 속사정은

오는 2일 전격 개장하는 경기도 파주시 파주출판문화단지 내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파주점'(조감도). 롯데쇼핑이 롯데 브랜드의 자존심을 걸고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명품 아울렛이다.

총 213개 국내외 브랜드가 입점하는 이 아울렛은 수도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쇼핑 명소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특히 파주출판문화단지에 위치해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과 조화를 이뤄 한국형 아울렛의 새 지평을 열 것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파주점은 이번에 A, B, C, D 총 4개 블럭 중 3개 블럭만 문을 연다. C블럭은 부득이하게 이번 개장에서 빠진다. 대규모 아울렛이 일부만 개장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롯데쇼핑이 사활을 걸고 만든 프리미엄 아울렛이 불가피하게 부분 개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발단은 2009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LH공사는 파주출판문화단지 내에 이 상업용지를 조성해 입찰 방식으로 땅을 팔았다. 총 16개 필지가 매각 대상이었다. 롯데쇼핑 입장에서는 일자 모양의 하천을 끼고 있는 16개 필지를 모두 매입해야 사각형 모양으로 A B C D 구역을 나누어 아울렛을 조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롯데쇼핑이 실제 낙찰 받은 필지는 16개 중 15개. 동쪽 C블럭 4개 필지 중 가장 노른자위인 1개 필지(면적 986㎡, 지번 105-4)를 낙찰 받지 못했다. 이 땅은 롯데쇼핑의 유일한 입찰 경쟁자였던 MK픽쳐스라는 기업에서 12억원에 낙찰 받았다. 롯데쇼핑으로서는 뒷통수를 얻어맞은 셈이다. MK픽쳐스는 당시 입찰에서 이 필지에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필지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사각형 모양으로 아울렛을 조성하려던 롯데의 계획은 전면 백지화될 수도 있었다. 300평이 채 안 되는 1개 필지 때문에 연면적 4만평짜리 아울렛 조성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은 믿기 어렵지만 엄연한 현실이었다.

일은 더욱 꼬였다. MK픽쳐스가 이 땅을 낙찰 받은 후 자금난 때문에 잔금을 치르지 못해 2010년 8월 불가피하게 이 땅의 명의를 제3자에게 넘겼기 때문이다. MK픽쳐스는 D기업을 지목해 땅을 넘겼고, D기업은 LH공사에 잔금을 치르고 땅의 새 주인이 됐다. 롯데쇼핑은 D기업으로부터 당초 낙찰가보다 훨씬 비싼 돈을 주고, 올해 4월에야 간신히 이 땅을 구입할 수 있었다.

부지 확보가 늦어지다보니 롯데쇼핑은 공사기한을 맞추지 못했고, 이번 개장에서는 A B D 3개 블럭만 문을 열게 됐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D기업이 이미 롯데쇼핑이 15개 필지를 구입한 아울렛 부지의 가장 노른자위 1개 필지를 왜 굳이 사들였는지 다소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며 "땅 매입 금액은 당초 낙찰가보다 훨씬 비싸다는 것 외에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전형적인 '알박기' 투자가 아니냐고 주장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프리미엄 아울렛 같은 대규모 개발 사업에서 일부 필지를 미리 선점한 뒤 웃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내수 경기가 가뜩이나 어려운데 이런 식의 알박기로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 막는 사례는 원천봉쇄되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내년 4월 C블럭 공사까지 모두 끝내고 명실상부 A B C D 4개 블럭을 모두 개장할 방침이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초대형 프리미엄 아울렛은 내년 4월에야 진면모를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