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으로] 여성 대통령 시대의 패러다임

1993년. 생모가 사는 싱가포르 미국인 고등학교로 전학 온 18세의 마이클 페이는 주차된 자동차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거리 표지판을 훔친 죄로 징역 4개월과 3500달러의 벌금에 더하여 6대의 매질형을 선고받아 세계적 화제가 되었다. 클린턴 대통령의 선처요청으로 엉덩이 매질은 4대로 감형되었다.

2006년 5월. 거리에 껌을 뱉어도 매질형을 선고할 만큼 엄격한 도덕국가 싱가포르는 찬반 양론의 팽팽한 논쟁 끝에 리콴유 수상의 미래를 위한 결단으로 센토사섬과 마리나베이에 카지노가 포함된 두 개의 복합 리조트 건설을 결정했다. 2010년 1월. 센토사 리조트엔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들어서고, 마리나베이 샌즈는 2500개가 넘는 객실, 12만 평방미터의 컨벤션센터, 쇼핑몰, 박물관, 대형 극장, 특급 식당, 아이스 스케이팅 링크, 세계 최대의 카지노가 함께 하는 복합 리조트로서 싱가포르의 명물로 탄생했고 8조 원이 투자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8년엔 외국인 관광객이 1.6% 줄어들고, 2009년에는 4.3%가 주는 등 세계경제의 먹구름이 가시지 않았지만 관광객은 2010년 20.2%, 2011년엔 13.1% 증가했다.

1905년 네바다주 모헤이브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라스베이가스는 불법과 부도덕의 악명을 떨치며 “죄악 도시(Sin City)”란 별칭을 얻었으나 마피아가 관련된 도박사업은 이이제이(以夷制夷), 곧 오랑캐로 오랑캐를 잡는 중국의 전략처럼 오히려 안전한 도박도시로 승격되었다.

우리나라의 불법도박은 약 100조 원에 이르는 규모로 강원랜드의 74조 수입을 능가하니 지하경제의 양성화를 통해 증세 없는 복지재원을 마련코자 하는 정부로서 그 양성화는 지속가능한 세원발굴이라는 외면할 수 없는 과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마카오의 39% 세율이 아니라 12%에서 22%의 세율을 부과하는 싱가포르의 예를 따라 20%의 세율을 택하더라도 연20조 원의 세수가 확보되고, 카지노 기반의 복합 리조트 산업은 관광객을 증가시키며,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점이 여러 나라에서 입증됐다. 이런 점에서 복합 리조트 산업이 제러미 벤담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이끌어내는 도덕적 선택인지 싱가포르의 경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의 선택에는 싱가포르 국민이 마카오, 라스베이가스 등에서 도박을 함으로써 매년 2조 원에 달하는 조세수입을 잃고 있는 점, 중산층이 급증하는 중국, 인도 경제의 호전과 저가항공 증가에 따른 관광기회의 활용, 싱가포르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인들에게 따분하지 않은 싱가포르의 필요성, 컨벤션 비즈니스 활성화와 고용창출 등의 목적으로 카지노 산업을 허용한 디트로이트와 뉴올리언즈의 사례 등이 고려되었다. 결국 관광객 증가, 고용창출 뿐 아니라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투자 등 경제적 요인이 작용했다. 내국인의 도박허용은 주변국 관광객을 끌어들여 기존 사업들을 번창시키고 고용을 창출하는 ‘스노볼 효과’ 때문에 카지노에 고급 소매점, 식당, 엔터테인먼트와 마이스(MICE) 산업이 일체가 된 것이다.

라스베이가스의 경우 카지노는 경제를 발전시키고, 대학 관련학과가 인기를 얻는 등 고용을 창출하고, 주민의 세부담을 낮춰주었으며, 투자가 증대한다는 증거를 보였다. 마카오의 경우에는 세수의 70% 이상을 카지노세가 차지하고 있다. 파산, 자살, 실직 등 도박의 문제점에 대한 외국의 예를 살피며 점진적 접근을 할 경우, 카지노는 관광객 1000만 시대와 K-팝, K-무비, K-드라마, K-패션 등 한국문화와 어우러져 고용창출과 성장에 기여하는 효자산업이 될 것이다.

최근 ‘맥킨지 보고서’는 싱가포르처럼 리조트와 카지노, 컨벤션의 복합 리조트 단지를 육성해 마이스 산업을 적극 육성할 경우, 2020년까지 3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진국 가운데 최초의 여성 대통령 시대를 연 우리는 미래를 위하여 패러다임의 전환에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