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으로] 머스크를 기다리며

13억이 넘는 중국, 인도와 비교가 안 되지만 미국의 인구는 3억1600만명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5만달러이니 전국 도로망을 누비는 각양각색의 차량은 2억2000만대 이상입니다. 그 중 요즈음 미국인의 관심을 끄는 것은 벤츠, BMW, 포르셰가 아니라 우리에겐 낯선 전기 자동차 테슬라입니다. 공동창업주 엘론 머스크의 유명세에다 멋진 디자인의 내외관, 90초만의 배터리 교환, 한 번 충전에 424km 주행, 1억원대의 고급차란 점 등이 더해져 주문 후 서너 달은 기다려야 되니 그 인기가 짐작됩니다.

휘발유 차량이 2억1000만대, 에탄올 차량이 1000만대, 가스∙디젤∙전기∙하이브리드 차량이 총 210만대니 그 중 전기 자동차의 존재는 미미하지만 미국에서 그 반향은 나비효과를 연상시킬 정도입니다. 중요한 점은 테슬라가 미국인으로 하여금 대체연료 차량에 관심을 갖게 했다는 것이며, 연방 에너지부는 금년 말까지 하이브리드 차량은 2배, 대체연료 차량 전체의 시장점유율은 15% 증가되고 2040년에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비중이 23%, 전기차량은 18%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최근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독려도 테슬라의 나비효과로 봐야 할 것입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프리토리아 출신 이민자 머스크는 인류의 미래에 영향을 줄 세 가지 중요 문제로 인터넷, 청정 에너지, 우주를 꼽고 온라인 결제회사 페이팔에 이어 청정 에너지를 위한 텔스타 자동차와 솔라시티를 창업했으며, 지구가 멸망되기 전에 인간의 지구탈출을 위해 스페이스X를 창립해 총재산 3조원으로 미국 190위의 갑부가 되었고, 텔스타는 2010년 6월 나스닥에 공개될 때 주가가 17달러였지만 지금은 125달러나 됩니다. 하지만, 걸출한 그의 사업가적 착상도 우리사회에선 아이디어가 아니라 정신나간 짓으로 치부될 것이란 점이 가슴 아픕니다.

미국인들은 머스크를 자동차왕 헨리 포드,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 애플신화의 스티브 잡스, 미디어왕 월트 디즈니와 같은 반열의 혁신적 기업가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남 다르게 태어나 자랐으며 남다른 아이디어로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비록 미국이 이민자의 나라이긴 해도 포드는 아일랜드 이민 2세며, 카네기는 스코틀랜드 이민 1세고, 잡스는 시리아 이민 2세며, 디즈니는 아일랜드 이민 2세란 사실은 국내 외국인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생각하게 합니다. 최근 발표된 미국 갑부 100인 중 이민 1세는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조지 소로스, 루퍼트 머독 등 11명, 이민 2세를 합하면 이민자 출신이 45명이란 사실은 미국 경제력의 원천인 창조적 기업가 정신, 즉 혁신의 뿌리가 적극적 이민정책과 이민자의 다른 생각과 문화를 수용한 점에 있음을 잘 알려줍니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는 창조적 파괴, 곧 혁신을 장려하지만 우리 문화는 남 다른 것을 손가락질하니 혁신 비친화적입니다. 세계 3위의 제조업 경쟁력 덕분에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지만 미국, 영국, 네덜란드, 독일, 호주 등 서구는 동성결혼과 마약복용 합법화 등 다양한 사고에 기인하는 창조적 혁신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맛있는 음식과 멋진 상품제조에 집중하면 저들은 레시피를 마련하고 효율적 제조와 경영 등 소프트 파워 개발에 열중하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훗날 우리 후손들이 서구와 견줄 수 있는 소프트 파워는 남다른 것을 장려할 때 가능하며 단일민족에 집착하여 다른 것을 배척할 때는 가능하지 않은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광주시 수준의 145만 외국인의 존재는 외국인 문제를 소극적으로 처리해온 일본의 실패를 상기시켜줍니다. 이제 남 다른 것을 수용하고,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입시다. 특히, 이공계 학위 소지자는 더욱 그러합니다. 2차 세계대전 전후 미국이 아인슈타인 등 과학자들에게 그리했던 것처럼. 한국판 머스크가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