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서울청장 한가한 자리 아냐"…모르쇠 일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뉴스1=박지혜 기자

국가정보원의 '댓글 사건'을 축소·은폐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외압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의 심리로 열린 피고인 신문에서 김 전 청장은 외압 의혹에 대해 "서울청장은 그렇게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라며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날 검찰은 △국정원 여직원 노트북에 대한 분석범위 제한 지시 △오피스텔 압수수색 영장 신청 보류 지시 △중간수사결과 발표 지시 등 김 전 청장의 혐의와 관련된 대부분의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김 전 청장은 수기보고서와 보도자료 질의 예상답변 보고, 분석범위 제한 지시 여부 등을 캐묻는 검찰 측 질문에 "보고받지 못했다", "미주알 고주알 보고받지 않는다"고 잡아뗐다.

그는 수사팀의 디지털증거분석 결과물 회신 요구를 거부한 혐의에 대해 "외압은 꿈도 꾸지 못했다"며 "권은희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일방적인 말에 의존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당시 관심 사항은 문재인박근혜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 반대 댓글 존재 여부였다"며 "나머지는 기억이 안나고 관심 대상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16일 오후 11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다음날 오전 언론브리핑을 확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경찰청 내부의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 김용판 전 경찰청장에게 보고후 승인 받은 것"이라며 "한 사람의 의견으로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이병하 전 서울청 수사과장이 수사 진행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여직원의 인터넷 접속 기록을 확인하고 여론 공략방법, 대통령 찬양 URL 기재 등을 보고하지 않았느냐"고 물었지만 김 전 청장은 "간략하게 보고받았고 ID와 닉네임 정도만 기억난다. URL이 무엇인지는 지금도 잘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실무자에게 맡기면 될 뿐 서울청장은 자세한 내용까지 알 필요가 없다"며 "이 부분은 본청장과 의견이 완전히 일치했고 언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분석과정에서 국정원 여직원이 정부 정책에 대해 찬반 클릭을 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김 전 청장은 "해당 클릭이 있다는 정도만 보고받았고 의미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분석관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되풀이 했다.

아울러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보류하도록 외압을 넣은 것 아니냐는 추궁에는 "김 전 경찰청장이 재검토 지침을 내려 수서서에 전달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 전 청장에 대한 결심 공판은 오는 26일 열린다. 이날 쟁점에 대한 양측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