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의 반격 시작됐나…송년모임서 "김무성 전횡 좌시 안해"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유기림 기자,손미혜 기자 =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열린 친박계 의원모임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송년 오찬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2014.12.3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새누리당 친박(親박근혜)계 의원들이 30일 대규모 송년 오찬을 함께하며 세결집에 나섰다. 송년 대화 내용은 김무성 대표 성토였다.

최근 일련의 기류들을 종합하면 이날 모임을 기점으로 친박계가 김무성 대표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 작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7·14 전당대회에서 패배한 후 한동안 당 전면에서 물러나있던 친박계는 몇달 전부터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점차 높여왔다.


당 공식회의에 잘 나오지 않던 서청원 최고위원이 최근 부쩍 회의 참석 횟수를 늘리며 여의도연구원장 등 각종 당 인사 등에 대해 쓴소리를 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김 대표 등 비박계 지도부를 일절 배제하고 서 최고위원 등 일부 친박계 중진 의원들만 초청해 비공개 만찬을 한 것으로 전해지며 당내 파장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과 '공식' 만남을 고수해왔던 박 대통령이 비공개 만찬을 주재한 것도 이례적인 데다, "친박계가 내년 초부터 김 대표 견제를 노골화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던 터에 이뤄진 일이다.

당장 당내에서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친박계의 김 대표 견제를 '승인' 해주며 친정 체제를 강화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박 대통령 만찬에 참석했던 의원들을 비롯한 친박계 의원들이 주축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송년오찬이 열려 관심이 쏠렸다.

이날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열린 오찬에는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 포럼 총괄간사인 유기준 의원을 비롯해 김태환·안홍준·서상기·홍문종·노철래 등 친박계 의원 30여명이 참석했다.

의례적인 송년모임일 법도 하지만 참석자들은 김 대표를 향한 견제구를 날렸다. 쌓였던 불만을 공유하고 "내년부터는 김 대표 당 운영 문제점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를 보내는 듯했다.

우선 참석자들은 내년 집권 3년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김 대표가 '혼연일체' 당청관계를 이뤄내야한다고 비판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모두발언에서 "올해가 국가의 잘못된 부분을 고칠 '개혁의 해'였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건사고로 해결하지 못했다"며 "이제 집권 3년차 박근혜 정부가 여러 개혁을 달성·수성해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이 당력을 모아 국가 개혁에 적극 동참해야한다"고 밝혔다.

서 최고위원은 "당이 앞으로 더욱 소통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돼야한다"고도 했다. 김 대표 체제의 당이 민주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모두발언 후 비공개로 진행된 오찬에서 참석자들은 당 인사, 개헌, 공무원연금개혁 등 당 안팎 현안에 대해 폭넓은 논의를 했다. 방점은 역시 김 대표를 향한 견제였다.

홍문종 의원은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가 여의도연구원장에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을 임명하려는 점을 언급, "이제까지 당직을 이렇게 일방적으로 한 적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그러면서 "우리가 당내에서 마치 야권인 것처럼 소외됐다"며 "우리도 자중자애하며 지도부에 협력해야겠지만, 비판할 것은 비판하겠다. 당내 관계가 건강해져야한다"고 했다.

유기준 의원은 "(김 대표의) 당 운영과 당청관계에 대한 우려가 컸다"며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 집권당으로서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근심이 많다. 이렇게 되어서는 안된다는 말들이 나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유 의원은 "여당은 어디까지나 청와대와 힘을 합쳐 안정적 정치를 보여주고 경제살리기를 (정부와) 함께해야하는데 지금 당은 그것과 너무 거리가 멀다"고 "전당대회 득표율에 비해 대표가 자기 혼자 전횡하는 데 대한 우려가 있다. 인사를 의논해가며 해야한다는 데 대한 공감대도 이뤄졌다"고 밝혔다.

윤상현 의원은 "(김 대표 체제에서) 당청관계가 전례없이 삐걱거리고 금이 가고 있다. 보강하기 위한 노력이 약하다"며 "불안한 신호가 보이면 수습하려는 노력을 대표나 지도부가 해야하는데 그런 모습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날 오찬 간사를 맡은 함진규 의원도 "당청관계에 현재 불협화음이 많고, 인사에 대해 협의가 안되고 있다. 일부 계파 의원들이 인사를 독점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나왔다"며 "향후에는 (김 대표가) 원활한 협의를 해야한다는 문제제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아울러 친박계 의원들은 개헌논의와 관련해서는 '시기상조'라는 반대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함 의원은 "내년이 전국단위 선거가 없어 경제를 최우선시 할 수 있는 최적기이기 때문에 개헌문제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대통령에게도 힘을 실어줘야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는 해양수산부 장관에서 물러나 국회에 복귀한 이주영 의원도 참석해 '복귀인사'를 했다.

이 의원은 유력시 되는 원내대표 경선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세월호 참사로 큰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 앞으로 의정활동에 정진하겠다"는 의례적 인사만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박 대통령이 퇴임하는 이 의원을 띄워주고 친박계가 받쳐준 격이다. 사실상 '박심'을 보낸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최근 친박계가 김 대표 견제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한창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던 와중에 박 대통령과 친박계 비공개 만찬, 이날 오찬 등이 겹치며 당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며칠남지 않은 내년부터 당이 계파갈등으로 시끄러워질 것이란 우려들이다.

자신을 향한 친박계 견제가 본격화하는 데 대해 김 대표 역시 적극 반박했다. 이날 친박계 의원들의 오찬회동과 같은 시각 김 대표는 당 출입기자단과 오찬을 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독단적으로 당을 운영하는 '전횡'을 한다는 친박계 비판과 관련해 "사당화는 무슨 사당화냐"고 반문했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 친박계 의원들의 회동에 대한 질문에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만 했다. 김 대표 측은 전화통화에서 "대표는 대통령께서 당 의원들과 만나 소통을 넓혔다면 그건 좋은 일이라고 본다"면서도 "대표, 원내대표 등지도부는 한달에 한번꼴로 청와대 회동을 통해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느냐"고 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