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리더십 '명량'이어 아버지 '국제시장' 앓이(종합)

(서울=뉴스1) 유기림 기자,김영신 기자 =

영화 '국제시장' 포스터(㈜제이케이필름, 씨제이이앤엠㈜ 제공). © News1

영화 '국제시장'(감독 윤제균)이 31일 개봉 15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한 가운데 여권 내에서는 지난 여름 개봉해 1760만 관객을 모은 '명량'에 이어 또 한 번 '영화 앓이'가 재현되고 있다.


애민사상에 바탕한 이순신 장군의 헌식적이고도 뚝심 있는 리더십을 좇으려 '명량' 흥행 열풍에 너도 나도 동참했었다면 국제시장의 경우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부터 현재까지 아버지 덕수(황정민 분)의 삶이 중·장년층인 의원들의 감성을 자극한다는 평이 나온다.

한편으로 이 영화는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기를 포함해 배경이 되는 역사적 사건의 미화 여부를 둘러싼 논쟁에 휩싸여 있기도 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 영화관에서 이군현 사무총장 등 주요·사무처 당직자 200여명과 함께 사무처 당직자 월례조회 겸 연말 종무식 차원에서 '국제시장'을 관람했다.


영화 관람 동안 연신 눈물을 흘린 김 대표는 상영 종료 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우리 역사에 질곡과 굴곡이 많은데 고비고비마다 우리 국민 개개인이 이렇게 (영화처럼) 고생을 많이 하고 비극이 많았다. 그 과정의 아픔을 같이 나누다보니 눈물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기성세대들, 은퇴하신 분들 모두가 험난한 인생을 살아오시면서 가정과 나라를 지킨 덕에 오늘 날이 있다는 것을 젊은 사람들이 잘 알아달라"며 "(국제시장은) 굉장히 교훈적인 좋은 영화"라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국제시장'이 애국심을 강요하고 산업화 시대를 미화했다는 평가 속에서 보수, 진보진영 간 논쟁이 일어난 것과 관련, "견해에 따라 다를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저게 우리가 살아온 과거,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영화 제목이자 배경인 국제시장은 김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에 위치한다는 연이 있다. 김 대표의 지역구는 부산 영도구다. 특히 김 대표의 아들인 배우 고윤씨가 이 영화에 단역인 현봉학 역으로 출연해 김 대표가 각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저마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제시장' 관람기를 속속 공개했다.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이날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가는 영화 속 주인공을 보면서 우리 어머니, 아버지의 힘겨웠을 삶을 생각하니 가슴이 메어 왔다"고 감상평을 적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유기준 의원은 내년 1월2일 오전 새해를 맞아 촬영지인 영화 속 덕수의 집을 찾을 예정이다. 유 위원장 지역구는 부산 서구로 덕수의 집이 이곳에 위치해 있다.

유 의원은 국제시장을 본 뒤 지난 28일 "한국전쟁, 월남전 참전과 광부, 간호원의 독일 파견 등 우리가 힘들었을 때의 경험이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며 "젊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면 우리의 현대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영화이기 때문에 예술적인 승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감상을 남겼다.

이학재 새누리당 의원은 전날(30일) "아버지 고향이 황해도이신데 주인공 덕수가 아버지를 그리워했던 것처럼 저희 아버지도 고향의 어머니를 부르시다 돌아가셨다. 영화 보는 내내 아버지 생각이 났다"고 밝혔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 역시 같은 날 "아버지 삶은 여전히 팩트(사실)인데 이제 좀 더 지나면 판타지(환상)가 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며 "영화 중 이산가족 찾기 장면은 중학교 3학년 때 일이라 생생히 기억나 한참 울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우리 아버지가 한 것처럼 우리는 우리 후배와 자식들이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그런 세상을 만들지 못했고 못하고 있다"며 "후배, 아들 세대에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소회를 드러냈다.

부산 해운대구기장군을을 지역구로 하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국제시장과 관련한 역사 미화 논쟁에 뛰어들어 "우리 국민 대다수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티프로 한) '변호인'을 보면서도 공감하고 '국제시장'을 보면서도 똑같이 공감한다"고 언급했다.

심재철, 이노근 의원은 "엄청난 역사의 굴곡을 겪어왔으면서도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하게 된 것에 큰 자부심을 느꼈다", "애국영화 '국제시장' 관람 추천. 한국 현대사 질곡을 꾸밈없이 잘 구현했다"는 언급을 남겼다.

김문수 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은 지난 28일 "('국제시장'은) 대한민국의 역사가 어떠한 드라마 보다 더 드라마틱한 역사인지 잘 보여주는 생생한 보고서"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여권 내 급부상 중인 '국제시장' 사랑은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 이후 더 거세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2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2014 핵심 국정과제(브랜드과제) 점검회의'에서 국가 발전을 위한 국민과 공직자들의 애국심을 강조하면서 '국제시장' 한 장면을 인용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돌풍을 일으키는 영화에서도 부부 싸움을 하다가 애국가가 들리니 국기배례를 하더라"면서 "구성원인 국민이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를 사랑할 때 나라가 발전할 거라 생각하고 공직에 있는 우린 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국제시장'을 본 뒤 박 대통령의 이와 같은 언급에 "그때는 그랬다. 지금은 개인이 먼저지만 그때는 나라가 먼저였다"며 "(국기 하강식 장면은) 아주 좋은 장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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