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유출' 막바지 수사 '삐끗'…靑가이드라인 수사 비판도

(서울=뉴스1) 홍우람 기자 =

청와대 문건 유출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31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4.12.3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법원이 31일 조응천(52) 전 청와대 비서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검찰의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문건 유출 수사가 막바지에 어그러지면서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 끼워맞춘 부실수사'라는 정치권의 비판도 시작됐다.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을 허위라고 결론 내린 수사 결과에 대한 비판도 뒤따르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사건의 단초가 됐던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은 일찌감치 '허위'로 결론 내린 뒤 문건의 유출경로를 그리는 데 수사력을 쏟아왔다.

검찰은 수사 한 달 만에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한모·최모(사망) 경위, 박관천(48·구속) 경정, 조 전비서관 등 4명을 문건 유출범으로 지목하고 이들 4명 모두에 대해 차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가운데 박 경정 단 1명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내줬다. 영장 발부율만 놓고 보면 25%에 그친 것이다.


더욱이 최 경위는 영장이 기각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검찰은 수차례에 걸쳐 '무리한 구속 시도'라는 경고를 받아왔던 셈이다.

당장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앞둔 검찰은 금이 간 수사의 신뢰성부터 회복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30일 조 전비서관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엄상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 사실의 내용, 수사 진행 경과 등을 종합해 볼 때 구속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검찰의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당초 검찰은 "필요한 증거는 다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영장 기각 사유에 비추어 볼 때 박 경정의 진술을 빼면 조 전비서관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는지 불확실한 상태다. 조 전비서관도 역시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법원은 관련자 진술과 증거들을 충분히 확보할 정도로 검찰수사가 진척된 상황에서 굳이 조 전비서관을 구속할 필요가 없다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영장심사에서 범죄 혐의에 대한 검찰의 주장보다 조 전비서관의 소명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라는 게 영장기각 사유에 대한 법원쪽 판단이다.

법원 관계자는 조 전비서관이 현 단계에서 증거를 인멸할 우려나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영장 기각 사유를 해석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조 전비서관이 그동안 소환조사에 성실히 응했고 직업과 주거지도 분명하다. 서로 진술내용을 짜 맞출 우려가 있는 박 경정도 이미 구속되지 않았냐"며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할 만한 증거 인멸의 우려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범으로 보이는 박 경정에게도 진술을 충분히 받았고 압수수색을 통해 물증을 확보할 정도로 수사가 진척된 시점인데 조 전비서관을 구속해서 추가로 확보할 진술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귀가하던 조 전비서관은 '검찰수사가 무리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검찰도 이미 "(조 전비서관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는 다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런데도 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조 전비서관을 압박하기 위해 무리하게 구속수사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우선 구속영장 재청구 대신 조 전비서관을 불구속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검찰과 조 전비서관의 주장이 대립하고 있어 법정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이와 별도로 검찰은 세계일보가 보도해 청와대 국정 개입 논란을 불러온 '정윤회 문건'에 대해서는 관련자 통화기록과 소환조사 내용 등을 검토한 결과 박 경정이 꾸민 허위 내용으로 결론 내린 상황이었다.

그러나 조 전비서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야당은 즉각 검찰을 비판하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조 전비서관의) 구속영장 기각은 청와대 가이드라인에 따르려는 검찰의 짜맞추기 수사가 얼마나 무리하고 부실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입장을 냈다.

이어 "박 경정과 조 전비서관을 구속시켜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 지으려던 검찰수사에는 제동이 걸리게 됐다"면서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진상 규명은 외면한 채 문건 유출에만 초점을 맞춰 서둘러 사건을 덮으려던 검찰의 시도는 헛수고가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은 "검찰수사가 짜맞추기 수사, 부실수사 등으로 판명나고 있는 만큼 제대로 된 검찰수사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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