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누명' 무기징역 80대…42년만에 재심도 "지령따라 월북"

(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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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방문한 사실이 인정돼 간첩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80대 남성이 40여년만에 열린 재심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심 1·2심은 양씨가 이적행위를 하진 않았지만 북한 공작원의 지시를 받고 북한에 방문한 사실은 유죄로 인정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인겸)는 14일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양모씨(82)의 재심 항소심에서 1심이 선고한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씨가 무죄를 주장한 특수탈출로 인한 반공법위반 부분에 대해 "(이를 유죄로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판단의 배경으로 양씨가 1974년 1·2심 공판에서 한 진술을 근거로 삼았다.

양씨는 1974년 1·2심 공판에서 "내가 자진해 북한에 간 것이 아니라 큰형이 시켜서 갔다" "북한에 있는 작은 형이 곤란한 처지에 있어서 거절할 수 없어서 갔다" "큰형이 없을 때 북한에서 보낸 전문을 청취했다"고 말했다.


재심 1·2심 재판부는 이를 두고 "양씨가 북한으로 탈출하기 2년 전부터 큰형이 북한 공작원임을 인식했고 지령을 받은 큰형으로부터 입북 지시를 받고 탈출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씨가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1974년 공판 진술 기재에 대해서도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과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이 진술은 임의성이 있고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양씨는 공판에서 한 진술도 수사기관의 가혹행위로 인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줄곧 주장했다.

재판부는 양씨가 1974년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는 항소심 공판에서 사실대로 진술하겠다는 취지로 진술한 적이 있고, 항소심 공판이 경찰의 불법구금이나 가혹행위가 일어난 지 7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진행됐던 점을 들어 공판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의과대학에 진학했다가 질병으로 중퇴한 양씨는 22세 때 일본 도쿄로 밀항해 큰형과 함께 살았다. 이후 일본 대학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다니던 양씨는 1967년 형의 지시에 따라 아키타역 등을 거쳐 해변에서 북한 공작선과 접선해 고무보트를 타고 이동, 공작선에 탑승한 후 함경북도 청진항을 통해 북한에 들어갔다.

이후 1969년 대한민국에 귀국해 대학강사로 일하거나 다방 등을 운영하며 살았다. 검찰은 1973년 양씨와 누나, 조카 등을 반공법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이듬해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10여년간 복역 후 출소한 양씨는 사건 판결 42년만인 2016년 서울중앙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1심은 "남북한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존립과 안전을 해할 위험성이 있었다는 점에서 불법 정도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작은형을 걱정해 입북을 결심한 것으로 보이고 이적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감안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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