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평균 근속연수 1년 ‘아마존’에서 그가 12년 버틴 이유

머니투데이
  • 김고금평 기자
  • 2019.03.13 03:3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글자크기조절
  • 댓글···

[인터뷰]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낸 개발자 박정준씨…“농노로 안정된 삶 아닌 도제로 배우는 삶”

image
박정준씨. /사진제공=한빛비즈
아마존은 지난 1월 시가 총액 7967억 달러(한화 900조원)를 찍고 세계 1위 기업으로 등극했다. 2000년대 초반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18년 만에 세계 1위로 우뚝 선 이 기업에 대한 평가는 그러나 극과 극이다. 한편에선 평균 근속 채 1년도 못 버틸 정도로 회사 생활이 힘들다 하고, 다른 쪽에선 여전히 로망 기업 ‘0순위’로 군침을 흘린다.

어렵게 입사해도 1년 이상 버티기 힘든 이곳에 무려 12년이나 일한 ‘한국인 아마조니언’이 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어려운 관문을 뚫고 2004년 입성한 뒤 2015년까지 근무하며 근속 연수 상위 2% 안에 든 박정준 씨가 그 주인공.

그는 최근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는 책을 냈다. 때론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올라오는 힘든 과정도 경험했고, 때론 어디서도 배우기 힘든 경영철학과 업무방식도 터득했다. 아마존의 장·단점을 통해 그가 깨달은 건 “회사는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사실이었다.

현재 매트 회사를 운영하며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는 그와 전화 인터뷰로 만났다. 첫 질문은 ‘왜 그토록 오래 버텼고 결국 퇴사했나’로 향했다.

“회사생활이 쉽지는 않았어요. 비즈니스 영어도 잘 못했던 데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너무 상향평준화돼 있었거든요. 하버드, MIT, 스탠퍼드, 칭화대 등 세계 각국에서 온 천재들과 매일 경쟁하는 구도 자체가 스트레스였어요. 거기서 생존하려면 생각을 바꾸는 길밖에 없었어요.”

힘든 회사 생활을 ‘농노’에서 ‘도제’의 시각으로 바꿨다. 아마존이 ‘농노 시스템’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자신이 개발자로 입사해 ‘개발’에만 주력하며 그 환경에 적응하는 ‘이끌리는 삶’으로부터의 탈피를 모색한 셈이다.

“시작부터 전 ‘개발자’라는 위치와 역할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어요. 개발자 역할이 아니면 회사 다닐 이유도 없다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그런 ‘농노’적 시각에서 한 뼘 더 넓게 생각해 ‘이 회사에서 역할이 바뀌더라도 더 많이 배워보자’는 ‘도제’의 시각으로 보니, 많은 게 보이더라고요.”

개발자로 일할 땐 전 직원 대상의 클라우드 컴퓨팅 스타트업 공모전에서 우승한 이력이 있을 정도로 이 분야 전문가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도제’의 시선을 얻고선 마케팅 경영분석가,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전문가 등 경영 쪽에서 5개 직종을 새로 거쳤다.

그는 “개발자를 그만두니, 전문성도 잃고 연봉도 줄어들었다”면서 “하지만 새로 배우는 경영 관련 일을 많이 배웠다”고 했다.

평균 근속 연수 채 1년도 안되는 '극한 회사' 아마존에서 무려 12년을 버틴 개발자 박정준씨. 그는 "농노가 아닌 도제의 삶으로 회사의 모든 것을 배우려 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한빛비즈
평균 근속 연수 채 1년도 안되는 '극한 회사' 아마존에서 무려 12년을 버틴 개발자 박정준씨. 그는 "농노가 아닌 도제의 삶으로 회사의 모든 것을 배우려 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한빛비즈

“한국 기업들이 보통 연관성이 없는 쪽에 사업 확장하는 걸 많이 봤어요. 기존 사업보다 시장 흐름에 동참하는 식이죠. 아마존에선 모든 새로운 사업들이 성장 바퀴에 어떻게 적용되고, 역할이 무엇인지 명확해야 해요. 모든 사업이 연결된 셈이에요.”

‘플라이휠’은 아마존의 대표적 전략이다. 예를 들어, 책을 팔다 아기용품으로 사업을 확장할 때, 그 이유로 고객 경험 증진→방문자 수 증가→판매자 결집→제품 가짓수 증가 등이 동그라미처럼 연결돼야 한다. 선순환 구조의 4개 항목이 맞물리면서 아마존의 성장을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효율적인 업무 방식은 파격적인 일의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파워포인트로 발표하는 대신, 식스페이저(6 pager)라는 A4지 6장 분량의 설명을 글로 써 구성원들이 모두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는 상품이 나오기도 전에 보도자료를 미리 쓴다. 아이디어 단계에서 이 상품에 대한 고객의 평가를 받아볼 수 있기 때문.

“아마존의 최대 효율은 인적 경쟁에서 나와요. 예를 들어 집을 수리할 때 화장실 팀, 부엌 팀 이렇게 따로 일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5명 한 팀이 모두 화장실을 모두 해보는 식이죠. 숨을 데가 없어요. 그래서 누가 말하지 않아도 혼자 스스로 자기 역량을 평가할 수 있어요.”

그는 아마존의 시스템이 가혹해도 ‘인터넷 미래의 첫날을 사는’ 회사로부터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웠다고 자부했다. “독립을 생각하면 회사에서 더 열심히 일할 것”이라는 그는 그런 인식이 결국 회사와 개인에게 도움이 된다고 역설했다.

평균 근속연수 1년 ‘아마존’에서 그가 12년 버틴 이유
“아마존이라는 틀에서만 ‘나’를 봤다면 여전히 열등감에 사로잡혀 전전긍긍했을 거예요. 아마존 밖에서 ‘나’를 보면 특별한 의식을 심어줘요. 거기서 배운 특별한 경험들을 통해 자신을 찾아간다는 느낌으로 생동감 있게 살아갈 힘을 준다고 할까요?”

최고라는 타이틀은 오로지 한 명에게 남겨진 몫이지만, 여러 장점을 모으면 ‘나’밖에 할 수 있는 일의 가능성을 모색할 기반이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한국 매트 회사와 협력해 아마존 채널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2017년 소득으로 보면 아마존에서 일할 때보다 훨씬 높다.

“아마존이 최종 목표였다면 책 제목에 미래라는 표현을 넣지 않았을 거예요. 아마존 이후 목표를 가지고 아마존에 다녔기 때문에 제 미래를 얘기할 수 있었어요. 제 아이들에게도 회사 경험을 하되, 거기에 평생 얽매여 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칼럼목록

종료된칼럼

오늘의 꿀팁

  • 날씨
  • 내일 뭐입지

많이 본 뉴스

법률N미디어 네이버TV
머니투데이 초성퀴즈

포토 /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