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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의 아포리아]포스트 브렉시트…종착역은 'EU 비전'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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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2019.04.0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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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아포리아는 그리스어의 부정 접두사 아(ἄ)와 길을 뜻하는 포리아(πορος)가 합쳐져 길이 없는 막다른 골목, 또는 증거와 반증이 동시에 존재하여 진실을 규명하기 어려운 난제를 뜻하는 용어. [김남국의 아포리아]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 지구적 맥락과 역사적 흐름을 고려한 성찰을 통해 새로운 해석과 대안을 모색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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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방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최근 소동은 우리의 관심이 영국 의회의 움직임에 맞춰지면서 EU의 앞날과 세계질서에 가져올 영향을 놓치는 측면이 있다.

현재의 논의는 적어도 3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다시 검토해볼 수 있다. 첫째는 영국과 EU가 북아일랜드 국경 개방 여부를 둘러싸고 갈등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이 국경논쟁이 세계질서에서 상징하는 의미는 무엇인가다. 둘째는 과연 브렉시트가 가져올 분열의 결과보다 우파 민족주의 부활을 중심으로 한 동유럽과 서유럽 사이의 분열이 EU의 앞날에 더 큰 변수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셋째는 만약 브렉시트 및 강대국 국제정치의 부활과 함께 EU가 쇠퇴한다면 이러한 진전은 세계질서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다.

우선 EU가 영국의 탈퇴에도 불구하고 북아일랜드 국경 개방의 유지를 요구하는 것은 이 정책이 신구교도 사이의 오랜 유혈충돌을 종식한 1998년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의 대표적 성과이기 때문이다. EU는 1995년부터 2013년까지 3기에 걸쳐 ‘북아일랜드 평화와 화해기금’으로 약 1조6000억원을 지원하면서 이 평화협정의 산파 역할을 했다. 즉 평화를 향한 프로젝트로서 EU의 존재의의를 상징하는 성공적 정책결과를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이다.

반면 영국 입장에서는 한시적으로 EU 단일시장이나 관세동맹에 잔류하면서 북아일랜드 국경통제를 관철하지 못하는 것은 불완전한 주권 회복을 의미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가능성은 노딜 브렉시트 32%, 장기연기 이후 재국민투표 28%, 브렉시트 철회 이후 잔류 13%로 나타난다. 어떤 결론에 이르든 브렉시트는 지구화 시대 이후 세계적 고립주의 강화와 분리주의 심화의 물결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브렉시트가 가져올 결과보다 중동부유럽 국가에서 나타나는 3권분립의 무시나 언론자유 침해, EU의 난민할당 거부 등 EU와 노선을 달리하는 우파 권위주의 정권의 활약이 EU의 앞날에 더 큰 분열요소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2018년 9월 EU는 이미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훼손 책임을 물어 헝가리에 대해 제재를 결의했다. 사실 EU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예산에서 회원국 사이 경제적 격차를 줄이는 통합정책에 약 459조원을 배정해 폴란드에 101조원, 헝가리에 29조원, 슬로바키아에 약 18조원을 지원했다. 이처럼 중동부유럽 국가들이 EU로부터 얻을 수 있는 뚜렷한 경제적 이익이 있지만 배타적 민족주의 부활과 함께 이들 역시 정체성(identity)과 이해(interest) 사이에서 EU의 분열을 가져올 정체성을 선택할 확률이 여전히 낮지 않다.

브렉시트에서도 보인 이러한 신고립주의 경향은 해외생산을 줄이고 공급선을 재편하면서 지구적 분업이 약화하는 탈지구화 시대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브렉시트와 동서유럽의 분열 속에 EU가 쇠퇴한다면 이는 힘을 중심으로 한 강대국 국제정치의 부활을 막을 유일한 글로벌 행위자가 사라짐을 의미한다.

예컨대 오늘날 중동부유럽에서 EU는 세력균형의 중심역할을 한다. 이 지역은 EU의 확장정책과 러시아의 에너지를 매개로 한 영향력 유지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중국도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인프라 구축 지원을 통한 진출을 시도하고 EU는 다시 유럽-아시아 연계 정책을 통해 중국의 진출을 견제한다.

미국 역시 나토(NATO)를 매개로 전략적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부유럽은 점점 강대국을 중심으로 한 세력 갈등의 전방위 지역이 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공세적 진출과 미국의 전략적인 2개 유럽정책 아래 EU의 단기적인 쇠퇴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힘을 중심으로 한 세계 정치의 갈등이 심화할수록 우리는 민주주의와 다자주의, 국제규범을 강조하는 EU의 비전을 다시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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