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 "4일·9일 北발사체는 유사 종류 단거리미사일"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8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본회의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2019.06.01.(사진=국방부 제공) [email protected]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4일과 9일 북한이 연이어 쏜 발사체에 대해 "유사한 종류의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하노이 노딜' 이후 지난달 4일 첫 무력시위에 나선 북한의 발사체를 '단거리 미사일'로 규정한 건 처음이다.


정경두 장관은 지난 1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8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본회의 연설에서 "북한은 5월에 두 차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비핵화 협상에서 이탈해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음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두 차례 무력시위를 언급하며 모두 ‘단거리 미사일’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군은 지난달 9일 평안북도 구성시 일대에서 북한이 추가 발사한 발사체는 '단거리 미사일'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지난 달 4일 함경남도 영흥군 호도반도에서 발사된 것은 '단거리 발사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정 장관은 샹그릴라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추가 분석이 필요하지만 단거리 미사일로 표현해도 이상이 없을 것"이라며 "이스칸데르(ISKANDER) 미사일과 많이 유사하지만 조금 다른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2006년 실전 배치한 이스칸데르 지대지 미사일은 사거리가 50~60㎞에서 500㎞까지 이른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발사체가 이스칸데르와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해왔으나 정부는 공식 답변을 삼가 왔다.


정 장관은 지난달 4일과 9일 발사된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 "완전히 동일하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며 "(이동식발사대의) 차륜형, 궤도형의 차이도 있기 때문에 분석하고 있는 단계이고 거의 유사한 종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군당국과 정보당국은 북한이 두 차례 발사 단거리 미사일은 같은 종류로 판단했으나 ‘탄도미사일’로 분류할 것인지, 이스칸데르와 유사한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계속 분석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패트릭 섀너핸 국장장관 대행 등 참모들의 입장이 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볼턴 보좌관이 지난달 25일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하자 이틀 위 "내 견해는 다르다"고 했다. 섀너핸 장관 대행은 지난 29일(현지시간) "확실히 말하겠다. 이것들은 단거리 미사일들이었고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트럼프 대통령과 판단 결과를 공표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8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환영행사에서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대신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9.06.01.(사진=국방부 제공) [email protected]

한편 정 장관은 이번 안보회의에서 한미일 국방장관회담을 비롯해 일본·중국 등 주요 국가 국방장관들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정 장관과 섀너핸 장관 대행,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은 100여분간 회담을 갖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 지원에 긴밀히 협력해 나간다는 내용의 공동언론보도문을 발표했다.

한일 국방장관도 지난해 12월 초계기-레이더 갈등이 불거진 후 처음으로 만나 회담을 했다. 이와야 방위상은 자국 초계기의 저공 위협비행은 인정하지 않고 한국군의 '레이더 조사(照射)'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한중 국방장관도 7개월 만에 만났다. 정 장관과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양국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한중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여파로 닫혀있던 국방부간 대화채널이 점차 복원되는 분위기다.

아시아안보회의는 1.5트랙(반관반민) 성격의 다자안보회의로, 주요국 국방장관과 군 고위관계자, 안보 전문가들이 참가한다. 2002년부터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주관으로 해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회의가 열리는 호텔 이름을 따 '샹그릴라 대화'로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