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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한일갈등과 세대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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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 2019.08.20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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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반 초등학교 시절 우연히 처음 만져본 소니 워크맨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작은 크기에 다양한 기능이 들어 있는 기계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기술력을 한껏 뽐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후 다양한 일본 전자회사에서 줄지어 쏟아져나온 워크맨은 점점 더 작아질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다양한 장치를 갖추면서 발전해 나갔다. 한 치의 틈도 허락하지 않고 정확히 맞물리며 돌아가는 내부 부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일본이라는 나라는 우리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저 높은 곳에 있는 그런 존재로 느껴졌다.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워크맨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음악을 저장하는 수단이 카세트테이프에서 메모리로, 그리고 스트리밍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워크맨은 사라진 존재가 되었다. 단순히 워크맨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나라의 대단함, 따라잡을 수 없다는 막막한 감정들도 최소한 일상생활에서 점차 사라졌다. 40대까지는 그래도 워크맨을 통해 일본이라는 나라의 힘을 체감한 기억이 있지만 그보다 젊은 세대는 그런 기억이 없고, 나이 든 세대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일본에 대한 두려움도 없는 첫 번째 세대가 되었다.
 
일본의 도발로 본격화한 한일 무역분쟁 과정에서 각 세대가 지닌 일본에 대한 감정과 느낌은 확연히 구분되어 다가왔다. 일제강점기의 경험과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는 세대에게선 일본의 주도면밀함과 치밀함으로 인해 결국 우리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는 체화된 패배감과 숙명론이 자주 느껴졌다. 586으로 대표되는 세대에게선 일본이라는 거대한 존재에 당당히 맞서겠다는 흥분감과 더불어 패배감 역시 짙게 자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의병’이라는 단어를 통해 국가 차원의 패배를 기정사실화하고 다툼과 갈등의 과정에서 실리는 내주지만 명분은 지키겠다는 감정이 자주 드러났다. 머릿속, 가슴속 깊은 곳에 ‘일본식’이 뿌리깊이 자리잡은 세대에게 일본이라는 나라는 여전히 두렵고 무서운 나라였다. 이들 세대가 이끌고 있는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품소재 국산화를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대규모 투자와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들에 앞으로 나가라고 하는 것은 과거 일본의 특기였고, 그 한계를 우리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과연 이런 방법으로 문제가 해결되고 우리는 일본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이번 무역분쟁에 대해 많은 전문가가 1965년 체제의 종언을 이야기한다. 과거 구도로는 돌아갈 수 없으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때까지 갈등과 다툼이 계속되는 장기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전망이다. 사실 한일 문제의 가장 근본적이고 진정한 해결은 우리 사회가 일본보다 더 좋은 사회로 변모해 일본 스스로 대한민국을 대등한, 더 우월한 상대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일본보다 더 좋은 사회는 단순히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더 높은 사회는 아닐 것이다. 일본식 위계와 규범이 아닌 자율과 상호존중에 기반해 사회가 운영되고, 더 많은 여성이 자유롭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고,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그런 사회라면 충분할 것이다. 이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변화는 세계를 이끄는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일본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이 없는, 워크맨의 기억이 없는 젊은 세대가 훨씬 잘할 수 있는 일이다. 일본이라는 존재로부터 자유로운 세대가 만들어가는 대한민국이야말로 일본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젊은 세대에게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기성세대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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