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이자 줄었지만, 신용대출 '더 싸졌다'

금리 하락기였던 지난해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 하락폭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의 배에 달했다. 금리 하락세에 은행간 경쟁까지 더해진 결과다. 부동산 대책으로 주담대 한도가 줄어든 데다 신용대출 금리까지 낮아져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신한·KEB하나·우리)의 작년 12월 말 기준 혼합형 주담대 상품 금리는 연 2.4~2.8%대(최저금리 기준)로 전년 말 대비 각각 0.2~0.4%포인트(p) 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혼합형 주담대는 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로 전환되거나 다시 5년 고정금리를 책정하는 상품으로,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주력상품이다. 국민은행의 혼합형 금리가 가장 큰 폭인 0.42%p 내렸고, 우리은행(0.41%p), 신한은행(0.27%p), 하나은행(0.231%p) 순이었다. NH농협은행은 혼합형 연간 판매 목표를 작년 7월 일찌감치 소진해 비교 대상에서 제외했다.

혼합형 주담대의 금리 하락은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AAA 등급)' 채권 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 금리(민평평균)는 지난해 말 1.669%로 1년전 보다 0.42%p 떨어졌다. 연중 1.301%(작년 8월16일)까지 고꾸라졌던 것과 비교하면 반등했지만,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이어지며 연말까지 뚜렷한 방향성 없이 등락이 반복됐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1년 새 떨어졌다. 국민·신한·우리은행 모두 신규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 주담대는 0.3%p 가량 하락했다. 기준이 되는 코픽스 하락 때문이다. 2018년 11월 신규 코픽스는 1.96%, 작년 11월은 1.63%로 1년 사이 0.33%p 떨어져 변동형 주담대의 낙폭과 비슷했다. 다만 하나은행의 변동금리 주담대는 최근 우대금리 조정으로 같은 기간 0.2%p 가량 금리가 올랐다.


가계 신용대출의 하락세는 주담대보다 두드러졌다. 작년 12월 은행연합회가 공시(11월 취급 기준)한 5대은행(4대은행+농협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3.45%로 1년 전보다 0.792%p 내렸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1년 만에 1.34%p 떨어졌고, 신한은행(0.8%p)과 농협은행(0.7%p) 순으로 금리가 싸졌다. 국민·우리은행의 낙폭은 0.5%p대였다.

이는 주담대의 금리와 비교하면 현저히 큰 낙폭이다. 특히 은행들이 주로 신용대출 기준 금리로 삼는 '금융채 6개월물'의 연간 낙폭(0.437%p)과 비교해도 크다. 은행권 관계자는 "작년 상반기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치열했던 신용대출 금리 경쟁의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주담대와 신용대출의 금리 격차 축소는 주택자금 마련에 신용대출을 당겨 쓰는 '우회대출' 우려를 높이는 대목이다. 정부는 12·16 대책에서 강화된 주담대 규제의 풍선효과 방지를 위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소득이 높은 이용자는 줄어든 주담대 한도만큼 신용대출 한도의 여유가 생겼고, 신용대출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인 이자 부담마저 줄어 "우회대출에 유리한 환경"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