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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은행장 중징계, 그 겉과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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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04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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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면 소비자보호를 명분으로 한 은행장 중징계다. 결과적으론 두 금융그룹 회장 인선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개입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3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전 하나은행장)에 대해 제재심의위원회의 원안대로 결재했다. 제재심은 지난달 31일 DLF(파생결합펀드) 손실 사태의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결정했다. 문책경고를 받은 두 사람은 남은 임기는 이어갈 수 있지만 3년간 금융권에서 일할 수 없다. 즉 손 회장은 3월 하순에 열리는 주주총회 전 제재를 통보받으면 연임이 무산된다. 함 부회장은 올해 말 임기가 끝나면 하나금융을 떠나야 한다. 물론 제재를 수용하지 않고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 등으로 버틸 수 있다. 그러나 금감원과 맞서는 건 부담이 된다. 보이지 않는 사퇴압박과 괘씸죄를 견뎌야 한다.

두 은행 입장에서 보면 은행장 중징계는 이미 답이 정해진 게임이었다. 윤 원장은 진작부터 CEO(최고경영자) 제재를 언급했다. 제재심 위원 구성 자체도 금감원과 이질적이지 않았다. 금감원 노조는 세 번째 제재심 하루 전에 “금융위원회의 눈치를 보지 말고 CEO에게 책임을 물으라”는 성명서를 냈다.

'은행장 제재는 무리수'라는 뉘앙스였던 금융위도 달라졌다. 금융위는 금감원이 불완전판매에 자본시장법을 적용하지 않고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들이댄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문책경고까지는 금감원장의 결재로 은행장 징계가 확정되기 때문이다. 이는 곧 ‘금융위 패싱’이다. 그런데 금융위는 지난달 31일 제재심 결정 후 이례적으로 문자메시지를 통해 “금감원과 이견이 없다”고 했다. 액면 그대로라면 금감원 노조가 ‘눈치’ 운운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금융 지분 17%를 보유한 예금보험공사가 손 회장 연임에 찬성했을 때 존중한다던 것과 결이 달랐다. ‘본심과 다른 정무적 판단’일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가 금감원과 같은 줄에 서면서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이 소송으로 대응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이들이 소송을 포기하면 두 금융그룹의 지배구조는 혼돈 상태가 된다. 이미 우리금융은 은행장 선임을 무기한 미뤘다. 새로 회장을 뽑아야 할 수도 있어서다. 이 경우 내부에선 회장을 할 사람이 없다. 은행장과 회장을 분리한 마당에 은행장 후보에 오른 3명이 갑자기 회장후보가 되는 건 모양새가 나쁘다. 후보군에서 탈락한 계열사 사장들 가운데 회장을 찾을 수도 없다. 결국 외부에서 물색해야 한다. 하나금융은 내년 3월 김정태 회장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을 뿐 ‘함 부회장의 부재=후계구도 재편’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광화문]은행장 중징계, 그 겉과 속
잘못이 있는 CEO를 처벌하는데 금감원이 금융그룹의 지배구조까지 감안할 이유는 없다. 그렇지만 제재근거가 있어 CEO를 징계한 게 아니라 CEO를 제재하기 위해 근거를 찾은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금감원이 소비자보호에 충실했다고 해도 IBK기업은행장에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을 앉힌 것과 맞물려 민영화 과정에 있는 우리금융 회장 자리를 좌우한 외적 변수가 됐다는 평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손 회장이 물러나고 하마평이 쏟아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중징계의 궁극적 수혜자가 고객도 직원도 우리금융도 아니고 차기 회장이란 사실을 알아챌 것이다. 우리은행 노조가 “지배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며 CEO 제재를 반대한 이유도 이해될 것이다. 영업정지라는 강경제재로 금융회사에 경종을 울렸음에도 CEO까지 제재한 데 대한 정치공학적 해석도 퍼질 것이다. 두 사람이 소송으로 대응하고 특히 우리금융 이사회가 손 회장을 지지하는 일이 생기면 그땐 금감원이 곤혹스러울 것이다. 법적 다툼을 하겠다는 것은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이고 금감원이 패소하면 과도한 제재라는 게 증명될 것이다. ‘금감원장 전결’이란 묘수가 악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강기택
    강기택 acekang@mt.co.kr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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