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1조3566억 적자 '쇼크'…11년 만에 최악

29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본부 모습. 2019.12.29/사진=뉴스1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11년 만에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유가 하락과 원전이용률 상승으로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줄었지만 전기판매수익이 감소한 데다 각종 정책비용 부담이 악재로 작용했다. 올해는 유가 하락 등 긍정적 효과가 예상되지만 나날이 커져가는 정책비용에 코로나19'(COVID-19) 사태까지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계속되는 적자에 비정상적 전기요금 체계 정상화에 대한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2년 연속 적자…2008년 이후 최악 실적

한국전력 연간 영업이익 추이./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한전은 2019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이 1조356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8일 공시했다. 2018년(-2080억원)과 비교해 적자폭은 1조1486억원 확대됐다. 2018년 한전은 2012년 이후 6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까지 2년째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적자폭은 2008년 2조7981억원 이후 11년 만에 가장 컸다.

영업손실의 가장 큰 원인은 매출 감소다. 한전 매출의 대부분은 가정이나 공장 등 소비자에 전기를 판매해 버는 전기판매수익이다. 그런데 지난해 전기판매수익이 9000억원 감소했다. 2018년과 달리 '덜 더운 여름', '덜 추운 겨울' 영향으로 냉난방 전력수요가 줄며 전기 판매량이 1.1% 축소됐기 때문이다.


반면 매출원가는 3862억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온실가스 배출권, 미세먼지 저감 대책 이행 등 각종 정책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원가 중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연료비와 전력구입비는 각각 1조8318억원, 376억원 감소했다. 국제유가가 하락했고, 2018년 65.9%였던 원전이용률이 지난해 70.6%로 상승한 결과다.

하지만 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봄철 노후 발전소를 가동중단하고 겨울철 상한제약이 늘어나는 등 석탄이용률이 74.7%에서 70.7%로 떨어졌다. 이는 발전단가가 비싼 LNG(액화천연가스) 비중을 늘려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에 더해 온실가스 배출권비용은 무상할당량이 전년대비 18% 줄어들고, 배출권 가격이 19% 상승하면서 7000억원 증가했다. 감가상각비와 수선유지비 6000억원, 인건비 증가와 퇴직급여 등 3000억원, 원전해체 등 원전복구충당부채 2000억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긍정 요인 많지만…올해도 흑자전환 '불투명'

충남 태안군 석탄가스화복합화력발전소 일대가 흐리게 보이고 있다. 2019.12.10. /사진=뉴시스

한전은 올해 경영환경은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본다. 원전이용률이 70% 중반대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석탄이용률도 큰 변수가 없다면 지난해보다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연료가격 하락 추세도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올해 한전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추정치)는 3조2383억원이다.

하지만 여전히 변수가 많다. 코로나19 사태로 제조업 가동률이 떨어지자 전기판매량도 동반 하락세다. 상승 추세인 원/달러 환율은 유가 하락 영향을 상쇄하는 요인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 신재생의무공급제도(RPS) 보전액, 제세부담금 등 나날이 늘어가는 정책비용 문제도 크다.

한전은 전력그룹사와 함께 각종 비용절감, 경영 효율화 등 고강도 자구노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지난해 2조1000억원 규모 재무개선 효과를 냈다. 올해는 1조6000억원이 목표다.

김병인 한전 재무처장은 "불확실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흑자 전환 여부를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환율과 국제 연료가격 변동, 코로나19 영향 등 대내외 경영여건 변화를 계속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비정상적 전기요금…현실화 요구 커질듯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지역사업소에서 직원들이 가정으로 배부될 전기요금 고지서를 분류하고 있다. 2018.8.6/사진=뉴스1

결국 근본적인 전기요금 인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가 이하로 판매되는 비정상적 전기요금 체계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현행 전기요금 체제에선 도매가격(전력구매단가)보다 소매가격(전기요금)이 낮은 사례가 있다. "콩(원료)보다 두부(전기)가 더 싸다"는 비유도 나왔다.

또 각종 환경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해 전기의 실사용자인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한전은 지속가능한 전기요금 체계를 만들기 위해 올 상반기까지 정부 협의를 거쳐 요금 개편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현재 내부적으로 개편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 개편안에는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폐지, 계시별 요금제와 도매가격 연동제 도입, 산업용·농업용 요금 조정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김 처장은 "지속가능한 요금체계 마련을 위해 합리적 제도개선에 주력할 것"이라며 "전기요금은 수익성과 공익성을 같이 봐서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