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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코로나 바이러스가 던져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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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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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09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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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코로나 바이러스가 던져준 숙제
실력은 위기의 순간에 드러난다. 2월 초까지 간헐적 확진자 발견을 제외하고 성공적으로 잘 막아낸 상황은 2월 중순 큰 구멍이 뚫렸음을 뒤늦게 파악하면서 위기로 전환되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은 공포를 가져오고 정상적인 판단을 힘들게 한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저력, 정확히 말하면 국민의 저력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발휘되기 시작했다. 대구시민들에 의한 물리적 봉쇄에 준하는 수준의 자발적 격리와 이동자제, 보건의료 인력의 노력과 헌신, 촘촘한 IT(정보기술)인프라를 통해 무너질 위기에 처한 의료시스템과 역학조사체계를 간신히 유지하면서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을 막아냈다. 아직까지 매일 수백 명 단위의 확진자가 발생하며, 고령자와 기저질환자를 중심으로 한 사망자가 연이어 나타나지만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확산을 억제하기에 조금 더 버티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단초를 만들어주고 있다.
 
마스크를 둘러싼 혼란과 갈등이 있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래도 매일 1000만 단위를 넘는 수준으로 마스크 생산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역량이 있었기에 부족하나마 수요에 맞춰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은 미국 및 유럽 등 다른 국가의 사례에 비춰보면 다행이라 할 수 있다. 대규모 감염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제외한 물품의 구매나 확보를 둘러싼 갈등과 혼란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우리의 제조, 유통 등의 능력이 대단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정치와 행정은 상대적으로 혼란스러웠으며, 갈등을 잠재우고 통합과 협력을 이끌어내기보다 혼란과 대립을 야기했다. 많은 판단이 늦게 내려졌고 결정의 파급력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 뒤늦은 판단과 혼란스러운 결정의 틈을 메운 것은 국민과 현장에서 분투하는 인력들의 노력과 대응이었다.
 
이번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나면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공공의료 강화’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질 것은 명확하다. 그동안 공공의료 강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했지만 대규모 감염병을 목도한 상황에서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반대할 세력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어떤 식으로 진행할 것인가.
 
공공의료 강화에는 여러 가지 방안이 있겠지만 공공부문이 운영하는 병원이나 병상의 확충 그리고 비상시에 대비한 여유 있는 인력의 확보가 핵심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진 기관들은 평소 상당한 수준의 적자 또는 비용상 비효율을 보일 수밖에 없다. 충분한 긴급수용능력과 여유 있는 인력이라는 말은 좋아 보이지만 평시에는 ‘놀고 있는’이라는 말과 동일시되기 때문이다. 안전대비, 재난대비라는 분야의 특성이지만 이것을 사회적으로 얼마만큼 용인하고 수준을 정할 것인지에 대해선 정답이 없다.
 
일본 지하철을 보면 평소 특별한 일이 없어 보이는 역무원이 많아 보이지만 각종 사고나 지진 등의 사건이 발생하면 이러한 인원들이 상황통제와 정보전파 등의 역할을 하면서 피해의 확대를 막아내고 조기수습을 가능하게 해준다. 미국의 병원도 환자당 의료진 수가 우리보다 훨씬 많다. 그렇기에 비싼 의료비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뭔가 사태가 벌어졌을 때 대응할 여력이 상당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불확실성에 대비할 필요성엔 모두가 동감하지만 그에 투입돼야 하는 비용과 자원엔 부정적인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과연 우리 사회는 어느 정도의 수준을 용인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상황은 아직 지속되고 있으며 다른 국가들로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를 감안할 때 미래의 과제를 논의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대규모 감염병의 발생 가능성과 빈도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임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판단과 결정은 빠르게 내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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