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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바이러스에 감염된 석유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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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16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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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역사는 반복된다. '검은 황금' 석유에서도 마찬가지다.

1985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서부 피서지 타이프에 모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대표들은 아메드 자키 야마니 사우디 석유장관으로부터 파드 사우디 국왕의 최후통첩을 전해 들었다.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산유국이 감산에 동참하지 않으면 사우디도 더 이상 감산에 나서지 않을 것이며, 사우디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노력(증산)을 다하겠다"는 단호한 메시지였다.

1982년 OPEC이 최초의 쿼터제를 실시한 후 맏형인 사우디가 유가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 생산량 조절에 나서는 동안 영국이나 러시아(구 소련) 등 비OPEC 국가들은 사우디에 기대 자국의 시장점유율을 늘리며 안정된 유가의 수혜를 입었다.

그 사이 사우디의 석유생산량은 하루 220만 배럴에서 1985년엔 2만 6000배럴로 고점 대비 98.8%로 줄었고, 수익은 1990억 달러에서 260억달러로 87% 가량 감소했다.

석유의 탄생과 분쟁사를 다룬 '황금의 샘' 저자인 다니엘 예긴은 당시의 상황을 아래와 같이 서술했다.

"당시 마가렛 대처 영국 수상은 수급 통제보다 자유 시장을 옹호하고, 석유가격에 관심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영국의 북해산 원유(브랜트유)의 생산량을 늘렸다.

1985년 취임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겉으로는 10만배럴을 감축하겠다며 OPEC에 동조하는 듯하면서도 개혁·개방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석유생산을 늘리는데 마다하지 않았다."

사우디가 유가하락 압력을 양어깨로 버티는 사이 이익은 영국과 러시아 등의 품으로 들어간 것이다.

야마니 장관의 감산 불참 선언 후 6개월만에 유가는 70% 폭락했다. 텍사스 중질유(WTI) 가격은 1985년 11월 배럴당 31.75달러로 정점을 찍고 1986년초에 10달러 수준으로 70% 떨어졌다. 일부 페르시아만 원유(두바이유)는 80% 가량 떨어진 배럴당 6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약 35년의 시간이 흐른 2020년. 역사는 반복됐다. 지난 6일 사우디와 러시아는 감산 합의에 실패했고, 사우디는 7일 증산을 발표했다. 판매가격도 배럴당 6~8달러 내리겠다고 했다. 결과는 유가 급락으로 나타났다.

WTI와 두바이유, 브랜트유 가격이 지난 9일에만 각각 24% 전후로 급락하는 등 1월 대비 50% 가량 폭락했다. 1985년말~1986년초의 반토막 상황과 비슷하다. 유가는 셰일오일의 출현으로 배럴당 26달러 전후로 떨어진 2016년 1월 수준에 근접했다.

유가 급락의 초기 원인은 공급과잉이었지만, 이를 부추긴 것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산유국의 이기심이었던 것도 비슷하다.

차이점이라면 1985년에는 파드 국왕과 대처 수상,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주인공이었다면, 지금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1985~1986년의 저유가의 위기는 약 1년 6개월만인 1986년 12월 제나바에서 OPEC 회의에서 합의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올해 유가 급락에 따른 후폭풍은 산유국들이 합의를 본다고 해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미국 셰일오일을 견제하는 러시아 전략의 영향도 있지만 '코로나19'라는 전세계적인 경기위축 바이러스가 '석유전쟁'조차 감염시켰기 때문이다.

유가급락으로 석유화학·조선업종이 어려움에 빠진 것은 물론 과거 유가하락 수혜주로 꼽혔던 항공과 해운업마저 코로나19의 덫에 걸렸다.

저유가 수혜주였던 자동차의 수요도 줄었고, 저유가 상황을 기뻐해야 할 자영업자들도 인공 호흡기를 달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 재정지출을 더 늘려서라도 경제순환의 밸브를 열어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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