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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관치와 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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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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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15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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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10여년 전쯤이다. 진보 성향 신문에서 한국은행을 오래 출입하다 대기업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기자 출신 인사와 점심 식사 자리에서였다. 관치금융 얘기가 나왔다. 그는 관치가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많다고 믿고 있었다. 금융 정책과 시중 은행 등 금융사들이 한 몸으로 움직여주는 게 옳다고 믿었다.

자유 시장 경제 체제에 비해 국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커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시장 불균형과 부조리를 부추기는 탐욕적 금융의 폐해를 미리 예방하는 데도 관치금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설명도 따랐다. 진보적 이념과 맥이 닿는 부분이다.

그 대화가 있던 시기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이제 막 진정기에 들어갔을 때다. 미국 정부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사들이 보너스 잔치를 벌여 비판이 쏟아지던 그때다. 한국이었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지금처럼 코로나19로 자영업자 등 서민경제가 위협받는 시기일수록 관치금융(물론 금융당국은 인정하지 않지만) '순기능'은 확실히 부각 된다. 서민 대출 만기 연장을 시작으로 은행별 소상공인 대출 할당 등이 그것이다. 이를 나쁘다고 말하는 이는 거의 없다.

그러나 관치의 정도와 경계선이 모호할 땐 얘기가 달라진다. 이를테면 외환파생상품 키코 분쟁 조정 같은 경우다. 금융감독원은 2013년 대법원이 은행들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된 일을 지난해 말 다시 끄집어 냈다. 신한은행을 포함한 6개 은행에 키코 투자 손실을 본 4개 기업에 손실금의 15~41%를 배상하라고 한 것이다.

대법원에서 이미 끝난 일이기 때문에 배상 근거가 없어 대부분 은행들은 배임을 명분으로 권고안을 거부했다.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건을 다루는 방식도 그렇다. 손태승 전 우리은행장(현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전 하나은행장(현 하나금융 부회장)을 중징계 처분한 사건이다. 퇴직 후 3년간 금융사 재취업을 금지한, 사실상 금융권 퇴출 명령이다. 이들이 내부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인데 은행장이 내부통제 최종 책임자인지가 불명확 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금감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일부 승소하면서 본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상장 금융사를 향해 배당을 자제하라고 권고한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연말 연초가 아닌데 몇 번에 걸쳐 이런 식의 주문을 한 건 누가 봐도 하나금융을 향한 것이다. 유일하게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주문의 근거는 이렇다. 배당액은 자기자본에서 고스란히 감액되고 이는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을 축소하는 요인이 된다. 서민 대출 재원이 그만큼 빠져나가는 셈이다.

이를 존중한다고 해도 지난 15년을 지켜온 중간배당 전통을 무시하는 건 주식회사 입장에서 쉬운 게 아니다. 주주들과 관계를 생각해 실적과 리스크 관리 모두를 감안, 배당액을 줄여 집행하면 될 일이다. 정부가 특정 회사 주주 이익까지 챙겨줄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시해도 되는 건 아니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최근 들어 벌어지는 금융당국과 은행들의 잇단 마찰은 과거 같았으면 마찰 단계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상식적이기 않은 '갑질'에 대해 철퇴를 가하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무시한 채 당국이 아직 저 세상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점에서 좋은 관치와 나쁜 관치를 따지는 건 올바른 접근법이 아니다. 구제금융 속 보너스 잔치를 방관하지 않는 정부만큼이나 아무 때나 칼을 뽑는 정부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오늘날 세상은 상식과 비상식, 합법과 불법, 합리와 비합리로 구분될 뿐이다. 갑의 행위가 법의 틀 안에서 상식에 기반하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을'의 반란을 각오해야 한다.

새로운 질서를 거부하며 허구한 날 '라떼는 말이야…'만 외쳤다가는 '꼰대' 취급을 면치 못한다. 여기서 권력이 있고 없고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확실한 건 이들이 설 땅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보세]관치와 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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