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컸던 우체통…기네스 등재 10년만에 '흉물'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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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광주 광산구 수완동에 설치된 '세상에서 가장 컸던 우체통' © 뉴스1

(광주=뉴스1) 한산 기자 = 2009년 광주 광산구 수완동에 우체통 하나가 설치됐다.

가로 3m, 세로 3m, 높이 7m, 무게 6톤에 이르는 이 우체통은 이듬해 1월 기네스 월드 레코드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큰 우체통'으로 인증받는다.

당시 광주 광산구청장은 "우체통이 모든 이의 기억 속에 항상 머물고 우리의 소망과 비밀을 품은 정겨운 존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희망우체통이란 이름도 달아줬다.

설치 당시 화제를 모았지만 2년도 못돼 '약발'이 다했다.

광산구는 2011년 작성한 문서에서 '특별한 스토리 없이 단순 시설관리만 하고 있다며 홍보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우체통을 활용한 행사나 프로그램이 없어 명물로 거듭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후 우체통 안에 편지 쓰는 공간을 마련하고 무료엽서를 비치하거나 소원엽서, 응원엽서 등 여러 행사를 마련했지만 단발성에 그쳤다.

이어 2015년 미국 일리노이주에 162.63㎥ 크기 우체통이 들어서면서 세계 최대 우체통이란 표현도 옛말이 됐다.

이따금 진행하던 행사도 2018년을 즈음해 완전히 끊겼다.

11년 가까이 지난 현재 우체통 안은 주말 동안 내린 비가 새 바닥에 고여있을 뿐 텅 비어 있고 그 밖엔 '점검 중'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대형마트와 지척에 있는데도 우체통 존재조차 모르는 시민도 있었다.

13일 오후 대형마트에서 만난 박모씨(45)는 "수완지구에서 10년 가까이 살았는데도 전혀 몰랐다"며 "이런 시설물은 안 짓는 게 맞는 것 같다. 지자체가 세계 최고·최대·최장 따위에 집착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광산구 관계자는 "몇년째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