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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니콜라·테슬라와 삼성바이오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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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22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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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지난 11일 검찰 시민위원회가 열린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11일 검찰 시민위원회가 열린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오는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관련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내 현안위원회(이하 현안위)가 열린다.

수사심의위원회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검찰이 국민적 관심사건에 대해 무리하게 기소하거나, 아예 기소하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18년 검찰이 만든 외부 전문가 자문기구다.

이번 현안위는 2015년 9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할 당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시세조종, 외부감사법 등을 위반했다는 검찰의 주장이 타당한가를 공정한 시민의 눈으로 따지게 된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주장의 핵심은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도록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는 시세조정 행위를 했고, 이로 인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1대 0.35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검찰은 삼성이 이런 합병비율을 정당화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저질렀고, 상장계획이 무산된 제일모직의 손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발표를 무리하게 했다고도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수사심의위 현안위원들이 봐야 할 두가지


현안위에서 따져봐야 할 것은 크게 두가지로 보인다.

우선 따져볼 것은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합병비율 산정이 부당한지의 여부다. 모든 논란이 여기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나 일부 시민단체들에서는 삼성물산의 영업이익이 제일모직보다 많다느니, 자산가치가 많았는데 합병비율이 낮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하지만, 한마디로 자본시장법을 모르는 '웃긴 소리'다.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제176조의 5)에 정해 놓은 계산법에 따라 이뤄졌다. 이 합병비율 계산법은 누구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자본시장법은 상장법인간 합병의 경우 이사회 결의나 합병계약 체결일의 전일을 기준으로 △1개월 평균종가 △1주일 평균종가 △최근일 주가를 산술평균해 계열사간 합병의 경우 10% 범위(비계열사간 30% 범위) 내에서 할증, 할인한 가격에서 합병가격을 정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합병비율의 계산법은 적법하게 이뤄졌다. 합병비율이 부당하다는 주장은 이 법이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니 뜯어고치라는 얘기인데, 이건 국회에 가서 해야 할 얘기다.

합병비율 계산이 맞다면 현안위가 두번째 따져봐야 할 일은 이런 합병비율이 부정한 행위나 주가조작에 의해서 '억지로' 만들어졌는지만 보면 된다.

경영권 부정 승계 의혹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새벽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경영권 부정 승계 의혹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새벽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확실한 증거 확인이 필수


검찰은 삼성이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부실을 감추고, 무산된 손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상장계획을 밀어붙였다거나, 삼성물산의 호재성 수주 발표를 미뤄 가치를 떨어트렸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시장의 대표적 격언 중 하나가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는 것이다.
뉴스가 일시적으로 주가의 반등을 이끌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주가를 끌어올리지는 않는다는 것을 격언은 말해주고 있다. 주가를 떠받히려면 말에 더해 시세를 끌어올릴 수 있는 힘(자금력)이 필요하다.

검찰이 제일모직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삼성물산의 주가를 떨어트린 세력들(?)의 거래 계좌를 입증했다면, 더 이상 시세조정과 합병 비율에 대한 논란이 여지가 없다. 이는 엄연한 범법이며 처벌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상장작업을 진행하다가 증시 하락이나 벨류에이션 하락 등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이를 미루는 경우는 허다한 경영활동이다. 기업의 미래계획 등 기업설명회(IR) 수준의 내용들을 발표한 것을 두고 주가조작이라고 한다면, '세계 1등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수많은 기업들을 주가조작으로 잡아넣어야 할지도 모른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는 77년전에 사망한 천재 엔지니어의 성(Tesla)과 이름(Nikola)을 딴 두 회사가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영화 아이언맨의 모델이기도 한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와, 5년전 트레버 밀턴이 설립한 수소전기트럭업체인 니콜라다.
지난 1월 7일 중국 상하이 테슬라 공장에서 열린 '모델3' 첫 인도 행사에 참석한 일론 모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중국 직원들 앞에서 춤을 추고 있다. /상하이(중국) 신화=뉴시스
지난 1월 7일 중국 상하이 테슬라 공장에서 열린 '모델3' 첫 인도 행사에 참석한 일론 모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중국 직원들 앞에서 춤을 추고 있다. /상하이(중국) 신화=뉴시스





매출 '0'인 니콜라, 116년 역사 포드 시총 앞지르는 게 자본시장


발명왕 에디슨(직류발전)과 '전류전쟁'을 벌였던 천재 엔지니어 니콜라 테슬라(교류발전 발명)의 이름과 성에서 딴 두 회사의 가치를 놓고 과거나 현재나 거품 논쟁이 치열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 한대 생산하지 않던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는 당시 사기꾼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 회사가 최근 민간 유인우주선을 발사하고, 전기차 판매가 늘면서 주당 가치가 1000달러(6월 19일 종가 기준 1000.9달러)를 넘어서며 시가총액이 1855억달러(약 224조원, 원달러 환율 1209.5원)로 치솟았다. 하지만 여전히 이 회사의 주당이익(EPS) 추정치는 -0.8706달러로 적자다.

또 수소트럭을 생산하겠다는 계획만 최근 발표하고 아직 차 한대도 생산·판매하지 않은 니콜라는 주당 65.9달러로 시가총액이 지난 주말 약 257억 달러(약 31조원)를 기록했다.

매출이 1원도 없는 5년 된 회사가 116년 역사를 가진 미국 자동차의 자존심인 포드의 시가총액(약 247억달러, 약 3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트레버 밀턴 니콜라자동차 CEO(자동차 밖 오른쪽)가 '니콜라월드 2019'에서 수소전기트럭인 니콜라TWO의 컨셉카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니콜라모터 홈페이지 동영상 캡쳐.
트레버 밀턴 니콜라자동차 CEO(자동차 밖 오른쪽)가 '니콜라월드 2019'에서 수소전기트럭인 니콜라TWO의 컨셉카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니콜라모터 홈페이지 동영상 캡쳐.


원래 비상장 기업이었던 니콜라는 상장기업인 벡토IQ라는 기업인수합병업체(SPAC)와 합병해 '우회상장' 형식으로 나스닥에 지난 4일 등장해 화제를 불러오고 있는 업체다.

이 회사의 주가는 현재 영업이익이 어떻다느니, 자산이 어떻다느니 따져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원인 니콜라 테슬라가 사장인 토머스 에디슨에게 막혀 교류발전 개발에 나섰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전기 세상이 없었듯이 현재의 테슬라와 니콜라도 시장은 꿈을 먹고 사는 존재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런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이뤄진 것이 바이오 자회사를 가진 제일모직과 건설이 중심이었던 삼성물산의 합병비율 산정이었다.

합병 당시 고평가됐다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는 그 당시 평가보다 3배 수준인 50조원을 지난 주말 넘어섰다.

검찰이 어떤 증거를 준비했는지, 삼성이 어떤 변론을 준비했는지는 기자 입장에서 현재로선 알 수 없다. 하지만 현안위원들은 심의과정에서 이들의 주장을 판단할 때 최소한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따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합리적 의심'(reasonable doubt)을 배제할 정도의 증거가 제시되지 않는다면 무죄로 추정하는 것이 우리 형사소송법의 정신이다. 형사소송법 제307조(증거재판주의)에는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돼 있다.

또 '인 두비오 프로 레오'(In dubio pro reo : 의심스러운 것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법언(法諺)도 깊이 새겨볼 일이다.

심의위 제도를 도입한 것은 이 법언처럼 과거 검찰이 사회질서를 잡는다는 명분 아래 무소불위의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던 것을 막으라는 최후의 정언명령이다. 우리의 불완전성으로 인한 피해를 막는 것이 심의위에 주어진 사명이고, 우리의 기대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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