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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지기 싫어하는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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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익태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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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2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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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지기 싫어한다. 져야 할 때 밀리면 죽는다는 생각에 끝까지 버틴다. 그 때가 권력의 정점이자 끝이다. 그다음부터는 코너로 몰리기 시작한다. 국민들은 다 안다. 권력은 국민들을 이기려 하면 안된다. 버티면 단기적으로 원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다. 전투에선 이길지 몰라도 전쟁에선 지게 돼 있다. 동서고금 막론하고 그게 권력의 속성이다. 정권의 실패가 반복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명박정부는 1년 차인 2008년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사태를 겪었다. 수개월 간 태풍처럼 몰아친 미국산 수입 반대 시위로 국정이 마비될 정도였다. 시위는 결과물이었다. 이미 4대강 운하, ‘고소영·강부자’ 내각 등 여러 갈등요인이 내재 돼 있었다. 그러나 국정 쇄신 대신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을 내세워 문화·예술계에 블랙리스트를 작동시켰다. 이후 밀어붙이기식 국정을 운영하며 집권 내내 야당과 마찰을 빚었다.

다음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기 전까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우호적이었다. 앞선 3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발표한 ‘통일 구상’ 덕이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수습 국면에 크게 오판했다. 해경의 구조 실패 등 비난받을 것은 받아야 했다. 이를 수용하고 전열을 정비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거꾸로 갔다. 야당의 파상 공세에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좌파척결'에 나섰다. 반대하는 내부 목소리도 있었지만 박 대통령의 노기에 묻혔다. 정권의 몰락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한 번의 기회가 있었다. 정윤회 문건 파동은 그로부터 7개월 후 벌어졌다. 국정농단 수사에서 드러났지만, 당시 언론과 야당은 헛다리를 짚었다. 정윤회가 아니라 최순실이었다. 정상적인 권력이었으면 문건 파동을 약으로 썼어야 했다. 최순실을 쳐내고 쇄신의 길로 갔어야 했다. 하지만 6개월 정도 멀리했다 감시의 눈이 잠잠해지자 원상태로 돌아갔다. 탄핵의 도화선이 됐던 ‘미르재단’ 사업이 본격화된 것은 그로부터 6개월 뒤다.

문재인정권은 어떤가. 절대 질 수 없다는 결기가 느껴진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다. 박근혜정권에선 세월호였지만, 지금은 더 복잡하다. 도대체 몇 번째 대책인지 헷갈릴 정도인 부동산 정책, 산인지 바다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검찰개혁, 안희정·오거돈·박원순의 잇따른 성 추문, 어디까지 번질지 모를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건, 윤미향과 정의연대 …한 가지 이슈도 아니다. 복합적이다. 그런데 도무지 다른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지지층의 응집력에 야당의 무능까지, 나아가 총선까지 독식했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돌진하는 여건이 더욱 공고해졌다. 우려대로 총선 압승은 오히려 독이 됐다. 최근 나오고 있는 정당 지지율 ‘역전 현상’이 말해준다. 불과 4개월 만이다. 단기적으론 난맥상을 보인 부동산 대책이 원인이지만, 그간 쌓인 민심의 분노와 실망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걸 의미한다.

문제는 최근 발언을 살펴볼 때 문재인 대통령이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데 있다. 민심의 경고를 확인했으면 이를 약으로 써야 한다. 하지만 관성이 생겨 악수를 더 둘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선 원인을 노무현의 ‘나쁜 학습 효과’에서 찾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라크 파병·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했던 노 대통령은 외로웠다. 노무현정권이 무너진 것은 부동산 문제도 있었지만, 지지세력이 싸늘하게 등을 돌린 게 뼈아팠다.

이를 곁에서 지켜본 탓인지 문 대통령은 열성 지지세력에 반하는 정책을 펼치지 않는다. 이들을 ‘최후의 보루’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남은 임기에 이들만 바라보며 계속 강경 노선으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권력엔 굴곡이 있기 마련이다. 영원할 것이란 착각에 빠져선 안 된다. 그래서 권력은 독선적이거나 오만하지 말아야 한다. 권력이란 배는 이를 띄우고 뒤집는 ‘민심의 바다’에 놓여 있을 뿐이다. 묵묵히 똬리를 틀고 있다 어떤 계기를 만나면 사납게 분출하는 게 민심이다.

져야 할 때는 져야 한다. 집권 4년 차에 접어든 문 대통령 책상에 ‘여기서 밀리면 끝’이란 보고서만 올라오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광화문]지기 싫어하는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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