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띄운 이동걸 "아시아나 인수 부담 확 줄여주겠다"(상보)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아시아나항공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6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 M&A(인수합병) 종결을 위해 인수에 필요한 자금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당초 채권단이 빌려주기로 한 금액만큼을 유상증자 등을 통해 ‘공동투자’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공은 다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 쪽으로 넘어갔다. 답보 상태에 빠진 아시아나항공 M&A가 막판 반전을 이룰지 주목된다.

산은에 따르면 이 회장과 정 회장은 이날 오후 3시쯤 만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한시간 가량 담판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채권단이 마련한 추가 자금 지원 방안을 정 회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게 골자다.

이 회장이 구체적인 지원 규모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산은 내부에서는 HDC현산과 1조5000억원씩 공동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채권단과 HDC현산이 각각 1조5000억원씩 총 3조원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채권단이 기존에 지원한 영구채 8000억원 외에 7000억원의 자금을 추가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산은 입장에서도 ‘공동투자’는 나쁘지 않은 카드다. 아시아나항공에 추가 자금을 지원할 경우 특혜 의혹에 휩싸일 수 있다. 가격을 깎아주지는 못하는 것이다. 자금 지원 대신 공동투자를 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에 자금이 유입됨과 동시에 HDC현산의 인수 부담이 줄어드는 두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 회장이 평소 채권단도 같이 책임을 지는 ‘고통분담’을 강조해왔던 만큼 의미있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안다”며 “정 회장이 바로 즉답하긴 힘들었을 것이고, 제안을 따져 본 뒤 머지않은 시기에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건은 이제 HDC현산이 산은의 새로운 제안을 수용하느냐 여부다. HDC현산 관계자는 “아직 공식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