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뉴딜펀드'…정부가 왜?[광화문]

머니투데이
  • 박재범 증권부장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2020.09.11 04:25
  • 글자크기조절
  • 댓글···
# 좋은 정책은 ‘심플’하다. 정책 배경→현황(문제점)→방안(대책) 등으로 정리된다.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없다.

발표 후 보완대책이나 추가 설명 자료가 나온다면 일단 꼬인거다.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도 정책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의도해서도 안 된다. 논란이 되는 순간 이슈일 뿐, 정책이 아니다. 혹여 최소한의 성과를 얻는다 해도 훗날 그 이상의 비용을 지불한다. 그래서 정책은 드라이(건조)한 게 맞다.

확대 또는 축소 해석하거나 양념을 치는 일은 시장의 몫이다. 한데 언제부터인가 정책이 복잡해진다. 양념도 제법 들어간다. 수식어와 정부 역할을 도려내면 앙상한 뼈만 남는다.

# 지난 3일 발표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 및 뉴딜금융 지원방안’을 읽으며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한달 전 8월 5일, 여당 지도부가 여의도를 찾아 ‘뉴딜펀드 정책간담회’를 할 때도 그랬다.

정치 영역에서 레토릭은 필수지만 정책에선 빈수레가 요란할 뿐이다. ‘뉴딜펀드 방안’ 페이퍼는 나름 잘 썼다. 뉴딜과 펀드, 금융을 잘 버무렸다. 하지만 논란이 이어지며 시끄럽다.

‘혈세 보전’ 등 구체적 비판도 적잖지만 근본적 질문은 이거다. “정부가 왜?”.

정부 스스로 이렇게 답한다. “한국판 뉴딜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시중 유동성을 뉴딜로 유도하고 그 성과를 국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정부의 등장 이유로는 충분치 않다. 그래서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하는 게 ‘마중물’이다.

# 정부는 ‘마중물’ 역할로 본질을 피한다. 마치 정부의 희생인 듯 치장한다. 수익나는 사업이면 민간 돈을 끌어올 필요가 없다. 오히려 민간이 먼저 돈을 넣겠다고 난리칠 거다.

‘마중물’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은 곧 수익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정부 재정이 직접 들어갈 사업이다. 필요하지만, 수익성이 없는 곳에 돈을 넣는 게 공공의 역할이다.

20조원짜리 뉴딜펀드를 뜯어보면 마중물이 5년간 7조원(연 1조4000억원)이다. 정부 예산은 연 6000억원, 5년간 3조원이다. 나머지(17조원)는 민간 ‘매칭’ 자금이다.

국난 극복의 최우선 해법으로 내놓은 게 ‘한국판 뉴딜’인데 한국판 뉴딜 성공을 위해 연 예산 6000억원을 넣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펀드가 아니라 내년도 예산안을 ‘뉴딜 예산’으로 불릴 만큼 만들었어야 하는 것 아닌지.

# 정부도 부담을 느낀 걸까. 곳곳에 ‘자율적’ ‘자생적’ 등의 표현을 담았다. ‘정부 주도’라는 인식에 대한 보상 작용인 셈이다.

정부 스스로 ‘뉴딜펀드 3종세트’라 칭했지만 실제 뉴딜사업에 투자하는 펀드는 사모펀드 1종이다. 정부가 조성한 모(母)펀드가 중심이 돼 민간자금을 모은다. 정부가 GP(업무집행사원)로 나서 그린에너지펀드, 스마트물류 펀드, 5G펀드 등을 펀딩하는 그림이다.

투자 기업과 대상은 손에 잡히지도,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프로젝트 펀드, 블라인드 펀드 등은 포장지다. ‘뉴딜’ ‘그린’ ‘디지털’ 등을 사명으로 가진 기업들은 모두 후보군이다. 매출채권 등을 담은 펀드도 적잖을 거다.

국민은 사모재간접 공모펀드 형태로 ‘참여’해 성과를 공유한다. 눈물겨운 배려다. 정부 추정은 연 2000억원 규모로 1인당 2000만원 투자하면 1만명 정도다. 좋은 투자처라면 국민이 직접 들어가게 하면 되는데 오히려 우회로를 만든다.

# ‘마중물-매칭-성과 공유’의 도표는 멋지다. 정부는 ‘삼족정립(三足鼎立)’이라고 표현한다. 삼발이 가마솥이 안정적으로 놓여 있다는 것을 뜻한다. 국민-민간(금융기관)-정부의 3축의 협업이란다.

하지만 정부가 자본시장의 ‘플레이어’로 등장하는 순간, 왜곡은 시작된다. 민간 투자 기회를 구축(驅逐)하는 것은 기본이다. 정부와 민간의 ‘매칭’이 아니라 ‘경쟁’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 펀드매니저로 데뷔(Moon’s Debut as a fund manage)”란 제목의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 내용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협업을 강조하지만 이미 시장은 정부 눈치를 보며 뉴딜펀드 상품 설계하느라 바쁘다. 사실 삼족정립의 핵심은 협업이 아닌 힘의 균형인데, 이 지점에서 삼발은 이미 흔들린다.

아울러 ‘사기꾼’의 등장도 경험칙으로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일각에선 뉴딜펀드가 문재인 정부의 설계라는 음모를 제기하지만 그 정도로 유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현 정부의 문제는 무서운 음모에 있는 게 아니라 무능에 있으니까. 그래서 더 과감한 거다.
'뉴딜펀드'…정부가 왜?[광화문]



칼럼목록

종료된칼럼

'동학개미군단' 봉기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퀴즈 이벤트
머니투데이 기업지원센터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