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통난 네이버 '검색 조작'…과징금 267억(종합)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송상민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네이버가 쇼핑·동영상 분야 검색 서비스를 운영하며 검색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정·변경해 자사 상품·서비스는 검색결과 상단에 올리고, 경쟁사는 하단으로 내린 행위에 대해 각각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0.10.06. [email protected]

네이버가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쇼핑 상품, 동영상 서비스를 경쟁사보다 우선 노출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네이버 검색 결과가 객관적이라고 믿은 경쟁사와 소비자를 속인 것이다. 네이버는 이런 방법으로 쇼핑·동영상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네이버가 지난 8월 쇼핑 검색 서비스에 인공지능(AI)을 도입했다지만, AI 자체도 인위적 조작이 가능한 것이라 의심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 동영상 부문 불공정거래는 공정거래위원회 적발 후에도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다.
스마트스토어 입점 상품 ‘우선 노출’

네이버쇼핑 홈페이지/사진=네이버쇼핑 캡쳐

공정위는 네이버의 ‘쇼핑’ 부문과 '동영상' 부문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적발해 과징금을 각각 265억원, 2억원 부과했다고 6일 밝혔다.

네이버는 여러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상품 정보를 검색·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서비스명 ‘네이버쇼핑’)하는 동시에, 오픈마켓(서비스명 ‘스마트스토어’)도 운영하고 있다. 11번가·G마켓·옥션과 같은 오픈마켓과는 협력자이자 경쟁자 관계인 셈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상품이 우선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지속적으로 조정·변경해왔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출시(2012년 4월, 당시 서비스명은 ‘샵N’) 전후로 경쟁사 상품에 대해 1 미만의 가중치를 부여해 노출 순위를 인위적으로 내렸다. 네이버는 ‘검색어 연관성’ 등을 기준으로 점수를 산정해 노출 순위를 정하는데, 경쟁사에 적은 가중치를 줘 순위를 낮게 조정한 것이다.

2012년 7월에는 스마트스토어 상품에 대해 검색 페이지당 일정 비율 이상 노출을 보장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7월 노출 보장 비율을 15%(페이지당 40개 중 6개)로 설정했다가, 12월에는 이를 20%(페이지당 40개 중 8개)로 확대했다.

2013년 1월에는 스마트스토어 상품에 적용되는 판매지수에 대해서만 추가로 가중치(1.5배)를 부여해 상품 노출 비중을 높였다. 같은해 9월에는 ‘검색 결과의 다양성’이라는 명분 하에 ‘동일몰 로직’을 도입해 경쟁사 상품에 불리한 기준을 적용했다. 동일몰 로직은 동일한 쇼핑몰 상품이 연달아 노출되는 경우 해당 쇼핑몰 상품 노출 순위를 하향 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네이버페이 출시를 앞둔 2015년 4월에는, 네이버페이 담당 임원 요청에 따라 네이버페이와 연동되는 스마트스토어 상품 노출 제한 개수를 완화(8→10개)했다.

이런 행위로 스마트스토어의 노출 점유율(네이버 검색 서비스 내)은 2015년 12.68%에서 2018년 26.2%로 확대됐다. 스마트스토어의 오픈마켓 시장 점유율은 2015년 4.97%에서 2018년 21.08%로 높아졌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올해 8월 네이버가 AI 알고리즘을 도입해 쇼핑 부문 불공정행위는 해소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동영상 알고리즘 개편, 타사엔 안 알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송상민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네이버가 쇼핑·동영상 분야 검색 서비스를 운영하며 검색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정·변경해 자사 상품·서비스는 검색결과 상단에 올리고, 경쟁사는 하단으로 내린 행위에 대해 각각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0.10.06. [email protected]

동영상 부문에서도 유사한 조작이 이뤄졌다. 네이버는 검색서비스를 통해 네이버TV 등 자사 동영상과 판도라TV·아프리카TV 등 경쟁사 동영상을 소비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검색 결과는 알고리즘에 따라 계산된 ‘관련도’ 값이 높은 동영상부터 위에서 아래로 정렬되는 식이다. 그런데 2017년 8월 동영상 검색 알고리즘을 전면 개편하면서, 경쟁사에는 이런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네이버가 알고리즘을 개편하면서 ‘키워드’가 검색 상위 노출을 위한 핵심 요소가 됐다. 이런 사실을 경쟁사에는 알리지 않은 반면, 네이버는 자사 동영상 부서에 데모 버전을 제공해 테스트를 하고, 계열사(그린웹서비스)를 통해 네이버TV 동영상의 키워드를 체계적으로 보완했다.

그 결과, 알고리즘 개편 후 2년이 현재(2019년 6월 기준)까지도 경쟁 사업자의 키워드 인입률(네이버 검색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는 전체 동영상 중 키워드가 입력된 동영상의 비율)은 대부분 1% 미만이다. 반면 네이버TV는 65%에 달한다.

아울러 네이버는 자사 동영상 중 ‘네이버TV 테마관’에 입점한 동영상에 가점을 부여해 노출 순위를 높였다. 해당 가점은 네이버TV 동영상만 대상이며, 네이버TV가 아닌 경쟁사 동영상은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받을 수 없었다. 이런 행위 이후 일주일 만에 검색 결과 최상위에 노출된 네이버TV 동영상 수는 22% 증가했다.

송 국장은 “네이버는 동영상 알고리즘 개편 내용을 아직까지도 경쟁사에 알려주지 않고 있다. 불공정행위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영상 부문 과징금(2억원)이 비교적 적은 데 대해서는 법 위반 행위 관련 매출액(동영상 광고를 통한 매출) 산정이 어려워 정액과징금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