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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대의민주주의와 감사위원 분리선임, 그리고 집중투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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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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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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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민주주의는 개념적으로 대표제와 민주주의를 결합한 것이다. 정치학자 피트킨(Pitkin) 교수의 이론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선거권자인 국민의 대표자로서의 권위를 지니면서 책임도 부담하고, 국민을 대표한다는 상징성 등을 가지게 된다. 헌법 제46조 제2항이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정하고 있는 것도 국회의원이 국민 전체를 위해 일하는 국민대표여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의 유명한 법학자인 초퍼(Choper) 교수는 헌법학자이면서도 회사법 교과서를 쓴 바 있다. 사실 주식회사의 기본적인 구조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몽테스키외의 삼권분립에 터 잡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헌법학자가 회사법에 능통하다는 것이 그리 주목할 만한 일도 아니다. 때문에 주식회사의 경우에도 피트킨의 대표자의 속성에 관한 이론을 쉽게 원용할 수 있다.

사실 행정학과 경영학에서도 이미 국민-국회의원, 환자-의사, 소송당사자-변호사, 주주-이사 등은 주인-대리인 관계에 있는 것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사는 주주총회에서의 선임을 통해 주주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가지면서 동시에 회사의 업무집행기관인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권위가 부여됨은 물론이고 자신이 부담하는 의무를 위반하면 그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한다.

최근 감사위원 분리선임을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상법개정안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만약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그렇게 선임된 감사위원이 갖는 주주의 대표자로서의 지위는 무색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100주를 발행한 어느 회사에 최대주주가 65%를 가지고 있고 국내의 기관투자자 2인이 각각 10%씩 가지고 있으며, 해외의 5개 펀드가 각각 3%씩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 회사에서 이사를 선임할 경우에는 현행 상법에 따라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25%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만약 전체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하였다면 최소 25표를 받아야만 이사로 선임된다.

그런데 감사위원을 분리선임하는 경우 3%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서는 발행한 주식의 수에 산입시키지 않으므로 이 회사는 사실상 24주를 발행한 게 된다. 후보자는 24주의 25%에 해당하는 6주만 득표하면 감사위원로 선임된다. 문제는 감사위원이 이사로서의 자격을 가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감사위원이 아닌 이사는 25표를 얻은 반면에 감사위원인 이사는 6표만으로 이사회 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다른 이사가 최소 득표한 것에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득표만으로 이사가 된다는 점으로 인하여 그가 전체 주주로부터 대표성을 확보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그가 제대로 이사로서의 권위를 누리고 책임을 부담할지 의문이다.

국회에는 이사선임시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상법개정안도 제출된 상황이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주주가 가진 1주에 대해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의 의결권이 부여되며, 투표의 최다수를 얻은 자부터 순차적으로 이사에 선임된다. 적어도 발행주식총수의 25%를 얻어야만 이사가 된다는 요건이 요구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집중투표제하에서는 극소수의 표를 얻고도 이사로 선임될 여지가 있어 오히려 대표성에 문제가 야기될 여지가 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기로 한다. 100주를 발행한 어느 한 회사에서 제1대 주주 갑이 40%를 보유하고 있고, 다른 주주 을과 병이 각 39%, 21%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집중투표의 방법으로 5명의 후보 중 2명을 이사로 선임한다고 가정하자. 갑, 을, 병은 각 80개, 78개, 42개의 의결권을 가지게 된다.

만약 갑, 을, 병 모두가 전략적으로 투표하는 과정에서 갑은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반드시 1명 이상을 이사로 뽑겠다는 의도로 후보 A에게 79표를 투표하고 나머지 1표를 후보 B에게 투표하였는데, 공교롭게도 을과 병도 모두 후보 A에게만 투표하였다고 하자. 이 경우 5인의 후보 중 다득표순으로 199표를 받은 후보 A와 1표를 받은 후보 B가 이사로 선임된다.

하지만 A와 B가 이사회의 구성원인 이사인 것은 분명하지만 득표수의 차이가 무려 198표나 되는 것은 그냥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1표를 받은 자가 이사로서의 권위를 가지면서 전체 주주를 대표하기에는 무리라는 이야기다.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집중투표제의 의무화가 그동안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니었고 앞으로도 글로벌 스탠다드가 절대 될 수 없는 이유는 아마도 그렇게 선임된 이사가 전체주주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한계 때문이 아닐까?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주식회사제도와 대의민주주의가 기본적으로 닮아 있는 것이 분명한 까닭에 우리가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집중투표제에 대해 삐딱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고]대의민주주의와 감사위원 분리선임, 그리고 집중투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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