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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금감원장의 '4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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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18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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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
‘건전성 규제’와 ‘소비자 보호’. 금융감독의 두 축이다. 상충되는 두 목표를 견제와 균형 속 이뤄내야 한다. 특히 한 기관 내에서 ‘쏠림’을 피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어려운 업무다.

여기서 비전문가는 쉬운 길, 보이는 길을 택한다. 건전성 규제는 어렵다. 호흡도 길어야 한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열심히 해봤자 성과가 안 된다. ‘시스템 위기’가 오지 않도록 하는 노력을 평소에 알지 못하는 것처럼.

반면 소비자 보호는 시선을 끈다. 당장 시끄럽지만 그 부담조차 즐겁다. 보상, 처벌, 제도 개선 등 성과도 바로바로 나타난다.

‘금융회사=나쁜 놈’이란 프레임 속 박수와 환호가 쏟아진다. 건전성 감독은 전문가의 영역이기에 비전문가는 눈앞의 소비자 보호에 치중한다. 그것을 ‘금융감독’으로 포장하면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3년이 그랬다. 그렇다고 소비자 보호를 잘 아는 것도 아니다. 건전해야 소비자 보호 역량이 생긴다는 기본조차 모른다.

#무시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하에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훼손한다. 원칙은 무시된다. 예컨대 사모펀드 판매사에게 수천억원을 물어주라고 ‘명령’한다.

말을 듣지 않으면 검사를 나가 탈탈 턴다. 돈을 내면 정상 참작이란다. 금융회사를 몰아세워 돈 받아내는 것을 소비자 보호라고 자랑한다.

이 과정에서 ‘투자는 자기책임’이란 기본 원칙마저 훼손한다. (투자 상품도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신념을, 금감원장이 심어준 것은 정말 큰 폐해다.)

손에 쥔 칼을 휘두르는 것도 서툴다. 금융회사가 ‘윤석헌 체제’를 못 마땅해 하는 것은 서슬퍼런 칼날 때문이 아니다. 이전 금감원장 때 검사와 처벌이 약했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도 아니다.

서툰 칼춤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목표를 정하고 휘두른다. 통상 실무진이 무거운 조치를 올리면 위로 갈수록 규정 적용의 적합성, 사후 정황 등을 보수적으로 따져야 하는 데 지금은 반대다. 금융회사는, CEO는, 맞은 뒤 그 이유를 듣는다.

#무책임
선별적 정의, 편의적 기준 적용 등은 권위를 실추시킨다. 윤 원장이 애정하는 ‘내부통제 미흡’ ‘규정 위반’ 등의 잣대를 스스로에게 대보면 어떨까.

사모(私募)의 공모화(公募化)를 방치한 것은 금감원이다. 라임과 옵티머스에 대해 공모 규제를 하지도. 사모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았다.

또 금융기관 검사 제재 규정에 따르면 제재 대상자에게 조치 예정 내용을 미리 고지할 때 금감원장이 제재할 사항과 금융위에 건의할 사항을 구분해야 한다.

제재심의위원회를 위해 조치 예정 내용을 미리 고지하는 경우 금감원장 권한이 아닌 금융위 제재사항은 행정절차법상 ‘사전 통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금융위 입장이다. 그래서 금감원장 건의를 받은 금융위가 검토한 후 정식으로 사전 통지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금융위 제재 사항인 중징계 관련 통보가 금감원장 명의로 전해진다. 금융위에 어떠한 사전협의나 보고도 없이 직무정지, 문책경고 등 구체적 수위까지 정해서 주고 그 내용은 바로 공개된다.

‘사전 고지’일 뿐이라고 비켜가지만 ‘제재 내용’이 누설되는 것 자체가 규정 위반이다. “제재 절차가 완료되기 전에 직무상 알게 된 조치예정내용 등을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조항은 그저 활자일 뿐이다.

‘금융감독기구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있는 내용을 금융위규정에 한번더 담은 것은 국민의 권리보호를 위해 중요한데도 금감원이 잘 지켜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리수
“그래도 윤 원장의 큰 공로가 하나 있지. 터무니없는 감독권 남용으로 금융회사와 CEO가 감독당국을 대상으로 소송하는 선례를 만든 거지” . “금융회사만 힘들뿐 로펌은 좋아하지 않을까”

금융권 인사들의 웃픈 농담이다. 금감원의 채찍에 이의를 제기하는 게 이젠 낯설지 않다. 이길 확률이 절반을 넘어도 소송 리스크를 걱정할 만큼 보수적인 금융회사인데 소송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서툰 칼춤이 만든 소송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무리한 검사와 제재에 지쳐 법원으로 달려갈 금융회사와 임원이 상당수 대기중이다. 자연스레 금융감독당국 검사와 제재의 권위는 사라졌다.

윤 원장이 종합검사를 부활시키며 붙인 ‘유인부합적’ 검사를 빗대 ‘유인부적합’ 검사라는 말장난이 나올 정도다.

영(令)이 안서는 감독당국 수장은 그 자체로 수명을 다했다. 무섭고 두려워한다고 해서 스스로 잘 하고 있다는 착각은 버리자. 금융권이 5월만 기다리는 게 따뜻한 봄날에 대한 기대 때문만은 아니다.
[광화문]금감원장의 '4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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