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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막말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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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1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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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 막말이 넘친다.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 고질병이다. 의회는 지역과 권역 대표자들이 모여 토론하는 곳이다. 이해 관계가 달라 때론 시끄러울 수 있다. 하지만 근거 없는 비하와 비방으로 점철된 막말이어선 곤란하다. 정치는 서로를 존중하는 선에서 푸는 게임이다. 협치와 공존의 정신으로 운영돼야 한다. 그게 정치의 문법이다. 막말은 고소 고발을 양산하고, 결국 검찰과 법원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게 된다. 정치의 무능이다.

‘저격수’들의 질도 심각하게 떨어졌다. 과거엔 날카로운 조사와 질문으로 감춰졌던 사실을 드러냈다면, 지금은 말만 격하게 하는 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극단의 진영으로 쪼개져 서로를 적으로, 악마로 규정한다. 공존의 대상의 아닌 박멸의 대상으로 여긴다. 그렇게 지지층의 결집을 위해, 대중의 시선을 끌기 위해 ‘한방’을 노려 발언 수위도 점점 높아진다. 의원들의 선수, 직책,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예컨대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이 김종철 전 대표의 성 비위 사태를 겪은 정의당에 “충격을 넘어 경악” “무관용 원칙” 논평을 낸 것은 막말을 넘어 참사다. 최소한의 염치도 격도 없었다. 당헌을 손바닥 뒤집듯 바꿔 후보를 낸 민주당이 그런 말 할 자격이 있을까.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왜 열리는지 낮은 자세로 접근하지 않으면 어려운 선거가 될 수 밖에 없다.

‘북원추’ 파일을 둘러싼 “이적행위” “북풍공작” 발언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사회의 아픈 단면을 내포한 말들을 야당 대표와 청와대 대변인이 함부로 갖다 붙인다. 국민의힘이 부산시장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한일 해저터널을 두고 ‘친일 DNA’가 있다고 몰아 붙이는 여당 인사들의 발언도 수준 이하다. ‘묻고 더블로 가’는 공약의 실현 가능 여부를 조목조목 비판하면 될 일이다. 이를 두고 ‘토착 왜구’ ‘친일’ 운운하는 것 역시 또 다른 색깔론 아닌가.

선거가 목전에 오면서 여야 후보들도 막말 싸움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야당 후보들이 ‘비하·조롱’, ‘신조어’를 만들어 가며 서로를 공격하고 있다. ‘아름다운 단일화’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거꾸로 가고 있다. 단일화 없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각종 여론조사가 말해 준다. 단일화도 말이 되는 단일화여야지, 누가 나가면 이기고 진다는 식으로 서로를 깎아 내리며 파열음을 내선 안 된다.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말 싸움을 할 시간에 아름다운 단일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략 마련에 몰두할 필요가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제안한 서울시 공동운영에 대해 나경원,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화답한 것은 그래서 평가할 만하다. 선거용 카드라 해도 단일화를 위해 뭘 하겠다는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던졌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연정에 대한 구체적 그림은 남은 시간 그려가면 된다. 경선 승복은 기본이다. 안철수, 나경원, 오세훈, 오신환, 조은희 누구든 경선이 끝나면 선대 본부장이 돼 권역별로 뛰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선 관리를 누가 할 건인지 정하는 일이다. 단일화 방법이야 여론조사로 한다 치자. 여론조사 업체와 방법을 누가 선정하고 만들 것인지 단일화 중재자를 내세워야 한다. 밀실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룰을 관철 시키기 위해 볼썽 사납게 싸우는 실무 협상을 거쳐 발표하는 식이면 곤란하다. 감동이 없다. 중도층의 지지를 받으며 단일화에 의미와 권위를 부여할 수 있는 관리자들이 최종 후보자의 손을 흔들어주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 자신을 얕잡아 보고 무례하게 대했던 정적 에드윈 스탠턴을 국방부 장관에 임명하며 친구로 만든 일화는 유명하다. 오바마 대통령도 정적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우호 관계로 끌어들이는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세종대왕 역시 자신의 세자 책봉을 극구 반대했던 황희를 요직에 발탁했다. 나아가 재임 기간 수차례 뇌물 청탁사건에 연루돼 탄핵을 받았지만 끝까지 지켜줬다. 정치가 무능해 막말이 넘치는 것인지, 막말이 정치를 무능하게 만드는 것인지…뭐가 됐든 적을 친구도 만드는 게 적을 파멸시키는 최선의 방법이란 말이 새삼 떠오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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