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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아동학대 진상조사 특별법' 조속히 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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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1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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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국회부의장
김상희 국회부의장
대한민국에서는 해마다 4~50명의 아이가 학대로 사망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의 주목받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지난 10년간 아동정책에 많은 개선이 있었지만, 아동학대 대응책은 ‘학대신고-피해아동분리-가해자처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양천 아동학대 사망사건은 발생 후 석 달이 지난 올 1월에야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아이를 살릴 기회는 최소한 세 번 있었다. 책임 있는 누군가가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개입했다면 막을 수 있는 죽음이었다. 그러나 기존 대응체계는 기회를 놓쳤고, 국민은 “왜 시스템이 작동되지 못했나”며 깊이 분노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정부와 국회의 대처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후약방문’식이었다. 개별 사건에 대한 단편적·분절적 대응으로는 결국 제자리걸음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기존 방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학대가 반복되는 근본 원인부터 파악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원인 조사는 정부가 직접 맡아야 한다.

지난 1월 정부가 발표한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방안>에는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에 ‘중대사망사건분석팀’을 설치한다는 계획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산하기관의 팀 단위로는 조사에 데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대책도 특정 부처의 업무 범위에 제한될 수밖에 없다.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조사와 대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조사를 전담할 더 상위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여·야 국회의원 139명은 지난 2월 「양천아동학대사망사건 등 진상조사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 마련 등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대통령 직속 임시조직으로 ‘아동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하여 △중대 학대사망사건을 조사하고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마련토록 함으로써 △국가기관 등이 개선사항을 정책과 제도에 반영·이행토록 하는 법안이다.

특히 법무부·행안부·교육부·복지부·여가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된 아동정책 전반을 점검하고 대책의 이행력을 담보하기 위해, 조사기구를 대통령 직속 조직으로 설치토록 한 것이 특징이다.

영국은 2000년 빅토리아 클림비라는 8세 소녀가 학대로 사망한 후, 정부와 의회가 진상조사단을 꾸려 2년간 275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조사단은 클림비가 사망하기까지 아동보호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료진과 경찰의 대응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조사해 <클림비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열두 번이나 아이를 살릴 기회가 있었지만 관련자 모두 소관 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못 본 척하거나 무관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영국은 이 보고서를 토대로 「2004년 아동법」을 제정했다. 아동복지, 의료서비스, 경찰 대응체계를 대대적으로 개선하는 기회로 삼은 것이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정부 차원의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따져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우리는 아이들의 죽음에서 배울 의무가 있다.

말로만 저출산을 걱정할 게 아니라, 낳은 아이부터 잘 기를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특별법 제정은 정부 주도의 진상조사를 통해 ‘어떤 경우에도 멈추지 않는, 빈틈없는 아동보호 시스템’을 구축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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