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하던 고객도 다시 보자"...은행들 신용평가방식 뜯어고친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을지로지점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는 모습.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은행들이 신용평가방식을 뜯어고치면서 그동안 소외됐던 고객에 손을 내밀고 있다. 대출 이력 같은 금융정보 외에도 통신비 납부 내역 등 비금융 정보를 두루 살피면서 평가 방식을 다양화한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대출 사각지대에 놓였던 고객을 새롭게 유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7월1일부터 '비대면 중금리 신용평가모형'을 개선한다. 중·저신용자, 씬파일러(Thin-Filer·금융 이력이 부족한 고객) 등을 대상으로 신용을 평가할 때 통신3사의 요금 납부 정보, 연체 이력을 함께 보기로 했다. 과거 은행권 대출을 거절 받은 사람도 통신요금을 꼬박꼬박 냈다면 이제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우리은행은 개인사업자에게도 자금 수혈의 길을 냈다. 매출이 잘 나오지만 업력이 짧거나 금융거래 이력이 없어서 대출이 어려웠던 개인사업자에게 '대안 정보'를 활용하면서다. 대안 정보는 통신·유통 정보와 가맹점 정보를 포함한다. 우리은행은 BC카드가 보유한 가맹점 정보를 신용평가모형에 반영했다.

신한은행도 비금융 정보를 반영한 대안 신용평가모형을 준비 중이다. 오는 9월 새로워지는 평가 모델엔 통신 정보는 물론이고 상권 분석 데이터 등이 반영된다. 개인사업자에 대출을 내줄 때 통신사 기지국에서 파악한 상권의 시간·요일별 유동인구와 가맹점 매출 데이터, 각종 후기 등을 살펴보는 식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 KT 등과 손잡았다.

NH농협은행은 하반기 신용평가시스템(CSS·Credit Scoring System) 고도화 프로젝트를 벌인다. 기존 CSS를 개선해 좀더 다양한 대안 신용정보를 활용하고자 한다. 프로젝트 착수에 앞서 유통 정보와 결제 정보, 자산 정보 등을 활용하기 위해 컨설팅을 받을 예정이다.


보통 은행들이 외부업체와 업무협약, 제휴를 맺어서 데이터를 교류하게 되는데 KB국민은행은 자체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의 정보를 직접 활용하는 게 목표다. 외부에 데이터를 요청하면 일부만 전달되거나 가공한 경우가 많아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은행권이 신용평가방식을 앞다퉈 바꾸는 건 '숨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예·적금은 금리가 낮고 대출은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존 고객의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신규 고객을 유입할 만한 '파격 상품'도 없다. 중금리대출 확대를 통한 기존 중·저신용자 유입은 은행 입장에서 일종의 대안이 된 셈이다. '포용 금융'의 의미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견제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카카오뱅크, 출범을 준비 중인 토스뱅크 등은 자체 CSS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CSS 고도화 등에 올해부터 2023년까지 1500억원을 투입한다. CSS 개발 성과는 실적으로도 입증됐는데 카카오뱅크가 신용평가모형을 새로 바꿔서 적용했더니 신용점수 820점 이하인 고객의 비중이 일주일 만에 15.1%에서 25.9%로 확대되고 공급액도 2배가량 늘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8월 마이데이터 사업도 시작하는 터라 앞으로 활용 가능한 데이터가 무한대로 넓어질 전망"이라며 "데이터는 많아도 어떻게 시스템에 심고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 개발에 힘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