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당신의 한숨, 나의 눈물

카카오뱅크는 올 상반기 순익이 겨우 1159억원에 불과하지만 시가총액은 40조원 안팎에서 움직입니다. 올해 각 5조원 정도의 순익이 예상되는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의 시총을 합친 것과 맞먹습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시대의 석학 유발 하라리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기 많은 앱이 사업모델로는 부적격이고 심지어 단기적으로 손실을 초래하더라도 데이터를 빨아들이는 것으로 보자면 그 가치는 수십억, 수백억 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 여기에 답이 있습니다. 카카오뱅크의 시총이 40조원이 된 것은 4500만명이 사용하는 '국민앱' 카카오톡 때문입니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투표에서 나오지도 않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가속이 붙은 ICT(정보통신기술) 시대의 권력은 데이터에서 나옵니다. 우리는 공짜 e메일, 공짜 뉴스, 공짜 동영상 서비스의 대가로 자신의 개인정보를 기꺼이 내주지만 비유하자면 이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제국주의자들로부터 화려한 구슬과 싸구려 담요를 받는 대가로 나라를 팔아넘긴 것과 비슷합니다.

막대한 데이터를 확보한 대형 포털사업자나 플랫폼사업자인 빅테크 기업의 위력은 막강합니다. 누구도 이들의 질주를 막을 수 없습니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단체 등은 이들이 혁신기업이 아니라 약탈꾼이라고 주장합니다. 고객을 연결해주는 대가로 지나치게 많은 수수료를 떼가기 때문입니다. 단적으로 숙박앱의 경우 매출액의 최대 40%를 가져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수수료 폭리에만 있지 않습니다. 20년 넘게 해온 인쇄업을 접고 카카오 콜을 받는 회사 택시를 운전하는 기사분은 이런 얘기를 하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콜을 받는 대가로 하루에 8000원을 카카오에 주는데 이건 문제가 아니다. 카카오 콜을 받는 게 수입 측면에서 훨씬 도움이 된다. 문제는 고객들로부터 받는 평가와 벌점이다. 인상이 험악하다. 조용히 가고 싶은데 음악을 튼다. 차가 지저분하다 등의 이유로 나쁜 평가를 받으면 벌점으로 이어지고, 벌점이 쌓이면 콜을 못 받는데 그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다. 운전을 시작한 지 3개월밖에 안 됐는데 몸무게가 5㎏ 빠졌다."

플랫폼사업자의 벌점에 떠는 것은 택시기사만이 아닙니다. 입법·행정·사법에 이어 제4의 권력이라는 언론도 카카오 네이버의 벌점에 전전긍긍합니다. 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언론사는 뉴스의 90% 이상이 포털에서 소비됩니다. 따라서 포털에 뉴스 송출이 안 되면 언론사는 거의 문을 닫아야 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포털사업자는 언론사가 보내는 뉴스가 지나치게 상업적이거나 선정적이라고 판단되면 바로 벌점을 때리고, 벌점에 따라 뉴스공급이 일정기간 중단됩니다. 권력도 재벌도 언론중재법도 아닌 포털사업자가 언론엔 눈물이 날 만큼 두려운 존재입니다.

유발 하라리는 말합니다. "빅테크 기업의 독점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여기에 빨리 답하지 못하면 정치·사회시스템은 붕괴될 것이며 사람들은 더이상 자유주의와 공동체에 대한 믿음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 방울을 달 수 있을까요. 회의적입니다. 불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