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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해서 응징하라"...'칼잡이'와 '사이다'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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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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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2021 주목할 인물 정치인편 코너에는 대선 출마선언을 한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서적이 나란히 진열돼 있다. 2021.07.05.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2021 주목할 인물 정치인편 코너에는 대선 출마선언을 한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서적이 나란히 진열돼 있다. 2021.07.05.
#1. "보고 있으면 안 된다. 응징해줘야 한다. 리스트를 만들어 추적해 처분토록 해라. 정보수집, 경찰, 국정원팀 구성토록 해라."

2014년 8월7일,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수첩에 적은 메모다. 그 앞엔 이렇게 적혀 있다. "우병우 팀, 허수아비 그림 광주, 애국단체 명예훼손 고발."

메모의 주제는 홍성담 작가의 그림 '세월오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의 허수아비처럼 묘사한 작품이었다.

청와대 시절 김영한 수석은 이 수첩을 김기춘 실장이 지시하는 내용을 받아 적는 데 주로 썼다. 지시 내용은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 등 직속 참모들에게 전달됐다. 훗날 김기춘 실장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부인했다. 하지만 수첩 좌측 상단엔 한자로 '장'(長)가 적혀 있었다.

이 메모가 작성된 다음날 실제로 보수단체들은 홍 작가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대통령과 비서실장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한다면 그게 과연 민주국가일까.

이후 김기춘 실장은 문화·예술계 특정 인사들을 지원에서 배제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대법원이 사건을 돌려보냈지만 무죄 취지는 아니었다. 14건의 직권남용 혐의 가운데 2건만 빼곤 유죄 판단을 받아들였다.

당시 김기춘 실장의 지시에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다고 믿고 싶진 않다. 대통령 참모로서의 과잉충성, 노회한 정치인이 가진 오랜 폐습의 한 단면이었으리라.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홍 작가 사건이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모두 검사 출신이란 김기춘 실장의 이력과 과연 무관했을까. 어떤 사안을 마주하든 적용할 수 있는 형사법상 죄목부터 떠올리는 검사의 '직업병'이, 당근보다 채찍에 익숙한 성향이 과연 자유민주주의 국정운영과 어울릴까.

#2. 화천대유 사건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대목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친이 내다판 자택 건이다.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서울 연희동 자택을 2019년 화천대유 대주주의 누나 김모씨가 사들였다고 한다.

아무리 김씨가 서울 시내 여러 채의 집을 쓸어담았다고 해도 우연이라기엔 너무나 운명적이다. 로또 당첨 확률까진 아니라도 체육대회에서 냉장고 당첨될 확률 정도는 된다. 그렇다고 뇌물 성격이라고 보기엔 김씨가 거래 당시 가격을 깎으려고 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부친의 집을 산 사람이 김씨라는 소식을 듣고 윤 전 총장은 "하하, 그게 무슨 소리냐"며 웃었다고 한다. 본인도 제법 황당했던 모양이다. 화천대유 대주주와는 안면만 있을 뿐 개인적으로 깊은 친분도 없는데 말이다.

보기에 따라선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윤 전 총장은 "의혹이 있다면 수사를 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어떤 일이든 형사사건으로 환원하고, 수사로 결론을 내리는 '진정한 검사'(?)의 모습이다.

#3. 검사 출신이 아닌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다를까. 이 지사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를 '봉고파직'하고, 김 원내대표는 더불어 '위리안치'까지 시키겠다고 했다.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은 걸 알면서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다. '봉고파직'은 부정을 저지른 관리를 파면하고 관아의 창고를 잠근다는 뜻이고, '위리안치'는 유배된 죄인을 가시로 울타리를 친 집에 가둔다는 의미다.

누구든 범법 행위가 있다면 수사와 재판을 거쳐 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의 처벌을 받으면 될 일이다. 만약 이 지사의 말이 농담이 아니라면 차기 대통령으로 '칼잡이' 검사를 뽑으나 '사이다' 정치인을 뽑으나 무슨 차이가 있겠나.

대통령이 칼춤을 추고 정적을 위협하는 나라를 진정한 민주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모처럼 터진 이 지사의 사이다가 반갑기보단 걱정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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