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소신발언, 음식점 총량제 아니다?…'이재명 구하기' 결과는

이재명 캠프의 박찬대 대변인은 28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2018년 국감장 사진을 제시하며 이 후보의 발언을 해명했다/사진=뉴시스(이재명 캠프 제공)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사실 외식업을 너무 쉽게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저도 미국에 매장을 준비하고 해봤지만 미국같은 경우는 새로운 자리에 매장을 열려면 최소한 1년, 2년이 걸립니다. 왜냐하면 인스펙션(inspection)이 안 나오기 때문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음식점 허가 총량제' 관련,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2018년 국회발언은 취지가 허가총량제와 다른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 측은 29일 백 대표 발언을 근거로 외식업계가 이미 '총량제' 필요성을 주장해왔다고 해명했지만 백 대표의 실제 발언은 음식점 개수의 총량제가 아니라, 식당의 안전성 등을 점검하는 사전 허가에 가깝다는 것이다.

외식사업가이자 각종 예능 출연으로도 유명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2018년 10월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국내 외식업계의 문제 관련, "인구당 매장 수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의 속기록에 따르면 백 대표는 미국은 '인스펙션'(점검·허가)이 까다롭기 때문에 신규 출점에 1~2년이 걸릴 정도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어 "저희(한국)같은 경우는 신고만 하면 바로 할 수 있다"며 "그렇다보니까 너무 겁없이 뛰어들다 보니까 준비성 없이, 그래서 제 생각에는 이렇게 쉽게 식당을 열면 안 되는 거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계기도 돼야 하고"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계기'는 당시 논란이 된 '골목식당' 방송 프로그램을 말한다. 그는 "식당을 하라고 부추기는 거라고 오해하시는데 그게 아니다"며 "어쩔 수 없이 가게를 연 분들에게 고칠 부분을 알려드리고 희망을 드리고자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백 대표는 '진입장벽' '준비과정'과 같은 대안도 제시했다.

이재명후보 캠프의 박찬대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백 대표가 발언하는 국감 뉴스 화면을 올리면서 이 후보를 옹호했다. 당시 화면 자막에는 "최소한 1년, 2년이 걸립니다. 왜냐하면 허가가 잘 안나오기 때문에"라고 적혀있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단계적 일상회복 점검 간담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21.10.29/뉴스1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방송인 김어준씨는 29일 자신이 진행하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 후보의 육성을 들려주고, "(음식점 총량제) 공약을 내세운 게 아니라 그런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오래전부터 외식업계가 제기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어준씨는 "백종원 씨가 3년 전 국감에서 같은 취지로 발언했을 때는 '핵 사이다' 발언이라고 박수쳤다. 외식업중앙회도 (백종원씨와) 똑같은 얘기를 한다"며 "해당 업계가 그렇게 말하는데 (이 후보 발언은) 뒷부분을 자르고 때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 속기록을 고려하면, 백 대표는 "인스펙션"이라고 말했고 뉴스 자막은 이 발언을 정리하면서 한글 "허가"로 고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이 후보의 허가총량제와, 백 대표의 '허가'는 의미가 다르다는 게 야권 등의 지적이다.

물론 이 후보가 총량제 공약을 내세운 게 아니라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내비쳤다는 김어준씨 주장도 일리있다. 그러나 야권은 아예 총량제라는 발상부터 문제라고 각을 세웠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음식점 허가 총량제'에 대해 "발상 자체가 공산주의 허가제, 배급주의가 연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왜 음식점만 허가제를 하느냐며 "옷 가게, 신발 가게, 화장품 가게, 미장원, 이발소 다 허가 총량제 하자"라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27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방문, 간담회에서 "하도 식당, 문 열었다 망하고 문 열었다 망하고… 이 무슨 개미지옥도 아니고, 그래서 음식점이나 대중음식점 허가총량제를 운영해 볼까 생각을 했다"며 "그런데 그것도 자율성을 침해하는 거라서 못하고 말았는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