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그런건 격침해 버려야"…野가 '걱정'할만 할까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해경이 12일 오전 8시쯤 인천 서해 소청도 남서방에서 불법조업을 한 중국어선 2척을 나포하고 있다.(서해5도특별경비단 제공)2021.10.12/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북한·중국 국적 어선의 불법 영해침범 조업을 겨냥해 "그런 건 격침해버려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에서 '안보 공약 내로남불'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추가 배치를 공약할 때 "왜 중국 반발을 불러와 경제를 망치려 하느냐"라며 비판했던 이 후보가 대(對) 중국 강경론을 빼들어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게 국민의힘측 주장이다. 이 후보가 외교·안보 현안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윤석열 따라하기'에 나선 것인지, 아니면 민주당으로부터 '안보 포퓰리즘' 비판을 받아 왔던 국민의힘이 누적된 불만을 과도하게 표출한 것인지 주목된다.
이재명 "동서 해역에 北·中 불법 강력 단속"…이준석 "이재명 걱정되기 시작한다"이재명 후보는 지난 8일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동서 해역에 북한이나 중국(어선의) 불법은 강력하게 단속할 것"이라며 '격침 불사론'을 주장했다. 이 후보는 "소말리아 (어선)가 왔어도 봐줬겠는가. 분명하게 하고 평등하게 대응하겠다"는 말도 했다.

(인천=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0일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 위치한 서해5도 특별경비단을 방문해 순직 대원 흉상에 묵념후 김종인 단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2021.12.30/뉴스1

이 후보의 이번 발언은 과거보다 단정적으로 격침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30일에도 불법조업에 대한 강경론을 언급한 적이 있다. 인천 중구 서해5도특별경비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 영해 침범·어로행위와 관련해 불법적 영해 침범 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원칙대로 대응해서 필요하면 나포·몰수하고, 특히 무력 저항하는 행위에는 무관용 강경 대응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여러 대응책을 열거했다.


당시에 이 후보는 인도네시아의 불법 어선 단속 사례를 거론하며 "인도네시아가 무관용 대응해서 나포와 동시에 침몰, 격침시키는 조치해서 90% 가까이 불법 조업이 줄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격침을 타국 사례를 통해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이 후보는 당시 2011년 불법조업 중국어선 나포 작전을 벌이다 순직한 이청호 경사 등 해경 동상에 참배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임인년(壬寅年)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며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22.1.1/뉴스1

민주당으로부터 연일 부적절한 강경론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에선 날 선 반응이 나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 후보의 이번 인터뷰 기사가 나간 뒤에 페이스북을 통해 "뭔가 좀 선거가 아니라 진심으로 이재명 후보가 걱정되기 시작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는 "자기 민간어선은 나포도 아니고 격침하겠다고 한다"며 "사드는 중국 눈치 본다고 배치하면 안되는데 중국 민간어선은 격침하겠다고요??"라고 했다.
'전쟁광' 비판 받은 尹…알고보니 "인도적 지원, 정치상황 고려 안해"
이 후보는 윤 후보가 지난달 30일 '사드 추가 배치'라는 6글자 메시지를 페이스북에 올리자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증오 아닌 통합 전쟁 아닌 평화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라는 글을 올리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군사력 확충보다는 반전(反戰)에 방점을 찍은 듯한 메시지였다. 그런데 윤 후보가 2월1일 1조5000억원 규모의 돈을 들여 국군이 단독으로 사드를 운영하는 사드 추가배치안을 공개하자 이 후보는 이틀뒤 장거리요격미사일(L-SAM) 조기 개발 등 군사 분야 공약을 내놨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일 인천 강화군 양서면 강화평화전망대를 찾아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 제공) 2022.2.1/뉴스1

윤 후보가 지난달 11일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를 가정해 "미사일 발사 조짐이 보일 때 3축 체계의 가장 앞에 있는 킬체인이란 선제타격밖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라고 말하자 민주당에서는 김용민 최고위원이 "전쟁광도 아니고 이게 무슨 망언인가"라고 비판하는 등 반발이 잇따른 바 있다.

다만 국민의힘에서는 윤 후보의 공약에 대한 민주당 비판이 과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기조를 전면적으로 뒤집어 한반도 정세를 불안으로 치닫게 하는 방향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례로 킬체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들어가 있던 사안이다. 윤 후보가 "북한 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추진하겠다"라고 발언한 것도 문재인 정부의 유화론을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제타격론은 군통수권자로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게 헌법적 책무이고, 저쪽(북한)에서 핵으로 먼저 때릴 게 분명할 때라는 전제가 있다"라며 "오히려 '정치적인 고려 없이 인도적 지원은 무조건 해주겠다'는 (선명한 차별화 측면에서는) 조금 위험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