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왜 이 시국에 일회용품 사용 막나"…"계도가 중점, 미룰순 없다"

지난 21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 점심시간이 끝난 카페에 손님들이 버리고 간 일회용컵이 가득한 모습. /사진=독자 제공

다음달 1일부터 코로나19(COVID-19) 유행으로 유예된 카페 내 일회용품 규제 정책이 재개된다. 환경 보호를 위해 급증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취지지만 일각에서는 정책 시행의 부담을 자영업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위생문제에 민감한 현시점에서 굳이 일회용 컵을 금지할 필요가 있냐고 지적하는 소비자들 많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계도기간을 두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다음달부터 '일회용품 사용 금지' 재개…손님이 적발되면 업주가 과태료29일 환경부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전국 카페·음식점 안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된다. 앞서 정부는 2020년 2월부터 코로나19 확산 최소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허용했다. 그러다 올해 초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유예했던 '일회용품 사용 금지' 제도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달부터 카페·음식점 안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비롯해 일회용 수저, 포크, 나무젓가락, 이쑤시개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배달 또는 테이크아웃 때만 일회용컵 사용이 허용된다. 고객이 매장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다 적발되면 업주는 매장 면적과 위반 횟수에 따라 과태료를 최대 200만원 내야 한다.


정책 시행을 앞두고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카페 직원 A씨(32)는 "과거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됐던 때에도 '조금만 있다가 가겠다', '그냥 일회용컵에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며 "금방 가겠다고 일회용 컵에 달라던 손님들 절반은 그걸 들고 그대로 앉아있었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이전에도 사람들이 협조적이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더욱 힘들 것 같다"고 걱정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50대 여성 B씨도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는데 (손님들이) 비위생적이라고 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손님들 역시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서울 노량진에서 공부하는 20대 취업준비생 C씨는 "아무래도 입에 닿는 물건이다 보니 다회용 컵보다는 일회용 컵에 마시는 게 걱정이 덜하다"고 말했다. 여전히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게 꺼림직하다는 얘기다.
"식기세척기도 없는데…직원 고용하면 인건비 부담" 벌써 볼멘소리 나와

카페 안 일회용품 사용 금지를 나흘 앞둔 28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 한 고객이 매장 안에서 일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고 있는 모습. /사진=김도균 기자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로 매출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추가적인 비용이 투입되는 점이 부담이다. 음료 제조, 손님 응대에 더해 훌쩍 늘어날 설거지까지 감당해야 하는 탓이다.


A씨는 "주말을 제외하면 혼자서 일을 하는데 식사시간 이후에 손님이 몰리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B씨 역시 "식기세척기 구비가 안 돼있어 다회용컵을 사용하게 되면 설거지 부담이 늘 것 같다"며 "만약 직원을 추가로 고용하게 되면 인건비도 늘어날텐데 고민"이라고 말했다.

정책 변화에 대한 홍보도 부족하다. B씨는 바뀌는 정책에 대해 알고 있냐는 질문에 "알고는 있지만 대규모 프랜차이즈 매장만 적용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오는 1일부터 시행되는 정책은 카페 등 식품접객업 매장에 전면 적용되는 것으로 B씨의 업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A씨도 "업주는 정책이 바뀐다는 걸 모르는 눈치"라며 "다회용 컵도 추가로 사지 않고 있다"고 했다. A씨가 일하는 20석 규모의 매장엔 머그컵과 유리잔이 각각 5개씩 구비돼 있다. A씨는 현재로서는 충분한 수량이지만 제도가 시행되면 회전율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걱정을 덧붙였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과거에 시행된 정책인데다 충분히 안내했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원래 있었던 규제기도 하고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폐기물이 많이 늘었으니 줄여나가자는 취지에서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며"식기세척기 설치 지원 등 지원책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되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시행 유예를 제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28일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지금 상황에서 보면 상당한 규모의 확진자 추세가 예상보다 오래 계속될 수 있다. 하필이면 왜 지금 이 조치를 시행하는지 모르겠다"며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일회용 컵 규제를 유예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수위 제안에 정부는 계도기간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위반 사항을 적발했을 때 바로 과태료를 부과하기보다 계도에 중점을 두라고 지자체에 권고할 방침"이라며 "이미 변경된 고시를 다시 수정해야 하는 거라 시행 자체를 미루는 것은 물리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오는 4월부터 카페 등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 등 내용을 담은 ‘일회용품 사용규제 제외대상’ 개정안을 고시한 지난 1월 6일 서울 시내 한 카페에 일회용 컵이 가득 쌓여있다. /사진=뉴시스